"이빨 뽑고 목줄..." 코코넛 뒤에 숨겨진 '원숭이 학대' 고발

  • 이후림 기자
  • 2021.03.09 09:00
동물권리활동가가 원숭이 탈을 쓴 채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사진 페타아시아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값비싼 열대과일 코코넛이 무더기로 땅바닥에 버려졌다.

5일 오후 국제 동물보호권리단체 페타를 지지하는 동물권리활동가가 주한 태국대사관 앞에서 원숭이 탈을 쓰고 코코넛 무더기를 버리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원숭이 학대 중단을 촉구했다.

원숭이탈을 쓴 동물권리활동가는 태국이 자국 내 코코넛 산업을 위해 원숭이 학대를 중단하지 않는 것을 비난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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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는 "원숭이 노동착취를 통해 만들어진 코코넛밀크가 한국 인터넷과 대형마트 등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활동가는 퍼포먼스 기획의도에 대해 "태국 대사에게 태국의 코코넛 산업이 원숭이의 노동을 착취하고 있음을 알리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목줄을 한 채 코코넛을 따기 위해 훈련 받는 원숭이 (사진 페타아시아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페타 측은 2019년 태국의 주요 코코넛밀크 생산 업체 8개 농장과 여러 원숭이 훈련시설 및 '코코넛 따기 대회'를 습격해 원숭이 노동착취 현장을 폭로했다.

페타에 따르면 태국에서 불법 포획된 수많은 돼지 꼬리 원숭이(pig-tailed macaque )가 마리당 하루 최대 코코넛 1000개를 따야 하는 '코코넛 기계'로 취급받고 있다. 훈련된 기술자의 경우 하루에 딸 수 있는 코코넛은 최대 80개 정도다.  

페타 측은 "코코넛을 따지 않고 사람에게 반항하고 공격할 것을 대비해 이빨을 뽑는 등의 잔인한 학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원숭이들이 코코넛을 따기 위해 강제로 나무에 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딴 코코넛은 코코넛밀크, 밀가루, 기름 및 기타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단체는 "동물들이 과일을 따고 관광객을 위해 자전거와 농구 훈련을 받는 '원숭이 학교'도 발견했다"며 "시설에 있는 동물들 대부분이 불법적인 포획을 통해 새끼 때 잡혀 왔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행동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렇게 잡혀 온 원숭이들은 단단한 금속 고리로 된 목줄을 하고 높은 나무에서 무거운 코코넛이 떨어질 때까지 비트는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코넛을 수확하지 않을 때는 작은 철창에 갇혀 있거나 목줄에 묶여있어 윤리적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페타아시아가 공개한 태국 원숭이 노동 착취 현장

공개된 영상 속 원숭이들은 극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듯 보인다.

원숭이들은 낡은 타이어에 묶여 있거나 몸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한 비좁은 우리에 갇혀 있고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애쓴다. 원숭이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도망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듯 결국 쓰레기로 뒤덮인 흙 밭에서 선회한다. 

잔인한 실태가 폭로되자 미국, 영국 및 유럽 등 대형마트에서는 페타가 불매 업체로 지목한 차오코(Chaokoh)의 코코넛 관련 제품 판매를 보이콧했다. 

한편 브라질, 콜롬비아 및 하와이를 포함한 다른 코코넛 재배 지역에서는 트랙터에 장착된 엘리베이터, 로프 또는 사다리와 같은 인도적인 방법을 사용해 코코넛을 수확한다고 알려졌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방법은 과일의 숙성도를 알 수 없는 원숭이를 노동에 투입시키는 것보다 우수하다.

(사진 페타아시아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페타아시아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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