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폐기물 매년 9300만톤"...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솔솔

  • 임병선 기자
  • 2021.03.08 08:00
본문과 상관없는 사진 (사진 본사DB)/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유엔이 음식 폐기물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한 가운데, 국내 음식물 쓰레기를 늘리는 원인으로 지목받던 유통기한을 폐지하거나 소비기한을 동시 표기하자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4일(현지시간) 유엔환경계획(UNEP)은 '음식 폐기물 지표 보고서 2021(Food Waste Index Report 2021)'를 발간하고 2019년 기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음식 폐기물이 연간 9억 3100만t에 달한다며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같은 해 생산된 음식 중 17%에 달하는 수치다.

국내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늘리는 요인 중 하나로는 '유통기한 제도'가 지목받고 있다. 이에 소비자에게 실제 식품을 먹어도 되는 기준인 '소비기한'을 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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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exels)/뉴스펭귄

한국에서는 '식품등의 표시기준' 법에 의거해 가공식품을 유통할 때 일정 시간이 지나면 품질이 저하할 수 있는 경우 유통기한을 표기해야 한다. 유통기한은 말 그대로 특정 가공식품이 만들어지고 나서 유통 가능한 기한, 즉 진열 가능한 기한을 뜻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먹어도 문제가 없는 기간인 '소비기한'에 비해 짧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우유는 섭씨 5도 환경에서 미개봉 보관 시 유통기한에 비해 40일, 두부는 냉장 보관 시 76일, 식빵은 밀봉 냉동할 경우 17일 더 섭취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대부분 식품 생산 업체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소비자에게 특정 식품을 먹어도 안전하다고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가정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변질을 우려해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식품 업체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아직 섭취가 가능하지만 유통기한이 가능한 탓에 버려지는 음식이 연간 약 3000억 원 가치에 이른다.

해외에서는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채택하거나,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동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2018년부터 소비기한 표기를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이 소비기한을 도입해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에 소비기한을 병기하도록 하는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으나 호응이 적어 폐지됐고, 현재 소비기한을 표시하는 식품 업체는 거의 없다.

최근 소비기한을 도입하자는 방안이 다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환경단체 소비자기후행동은 1월부터 소비기한 표시 제도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고영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비기한을 유통기한과 병기하도록 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같은 취지의 법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계류하고 있다.

반면 유통기한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 낙농업계는 국내 우유 보관 시스템이 선진국만큼 갖춰지지 않아 유통기한보다 기간이 늘어난 소비기한을 표기하면 변질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 폐기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 중 8%~10% 정도로 추산됐다. 또 국가별 음식 폐기물 양은 소득과 상관없이 나타났고, 매년 1인 당 음식 폐기물 121kg가량을 배출하는 것으로 기록됐다.

유통 단계 별 음식 폐기물 배출량은 전체 중 가정에서 61%, 식당 등 음식 서비스에서 26%, 소매점에서 13%였다. 

유엔환경계획 전무 잉거 안데르센(Inger Andersen)은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오염,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세계 기업과 정부, 시민이 각각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Pexels)/뉴스펭귄

한편, 국내에서 IT기술을 활용해 음식 폐기물을 줄이려는 시도도 있다. 마감 할인 어플리케이션 '라스트오더'는 식당에서 음식을 버리기 전 할인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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