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20마리가 한꺼번에?' 사진 속 이상한 점을 찾아보자

  • 남주원 기자
  • 2021.03.05 11:38
1월 27일 화성습지에서 포착된 황새 무리 (사진 국립생태원, 강원대학교 최순규)/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사진 속 황새들은 올해 1월 화성습지에서 촬영된 월동 개체군이다. 20여 마리 가까이 되는 황새가 한자리에 모여있다.  

혹 독자는 이 사진이 어딘가 독특하다는 점을 눈치챘을 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황새는 무리 짓지 않기 때문이다.

황새는 조용하고 경계심이 강하며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해 여러 마리가 무리를 이루는 경우가 드물다. 보통 월동지에서 단독 또는 5~6마리가 함께 관찰되며, 이처럼 20여 마리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 광경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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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5일 공개한 사진이다. 

기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화성습지를 대상으로 겨울철 조류생태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멸종위기종인 황새 무리의 이례적인 월동현장을 포착한 것이다.

연구진은 총 35마리의 황새가 화성습지에서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 중 26마리가 한자리에 모여 집단으로 월동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화성습지 겨울철 조류조사 지역 (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그렇다면 황새들은 왜 기존의 습성과 다르게 한곳에 떼지어 있는 걸까.

국립생태원 조광진 습지연구팀장은 “올해 계속된 북극발 한파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는 황새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습성을 깨고 물과 땅이 얼지 않은 특정 지역에 모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추측했다.

올겨울 한반도에 들이닥친 한파 영향으로, 황새들이 화성습지처럼 얼지 않은 특정 지역에 집중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화성습지는 하천과 연결되는 습지 주변 곳곳에 얼지 않은 공간이 분포해 있어 황새 같은 대형 철새들이 먹이를 구하고 머물기에 적합한 환경을 이룬다. 또 서해안 바닷가와 접하면서 주변에 다양한 조류 서식처가 발달해 있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를 통해 황새를 비롯한 혹고니·흰꼬리수리·매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4종과 노랑부리저어새·독수리·큰고니·수리부엉이 등 Ⅱ급 11종을 포함해 총 124종, 2만 3132마리의 철새가 화성습지에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황새의 국제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특히 황새는 전 세계적으로 30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종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이자 천연기념물로 등재돼 보호받고 있다.

이들을 멸종으로 몰고가는 위협 요인은 습지 및 하천 매립, 개간으로 인한 서식지 감소, 전신주 송전탑 절연 미비로 인한 감전, 전깃줄 충돌 등이다.

1월 27일 화성습지에서 촬영된 황새 (사진 국립생태원, 강원대학교 최순규)/뉴스펭귄

연구진에 따르면 2002년 인공호수인 화성호가 완공된 이후 화성습지는 황새를 비롯한 철새들이 선호하는 입지로 자리 잡고 있다.

국립생태원 이배근 습지센터장은 “화성습지와 같은 인공 서식처도 환경에 따라 야생생물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조류 서식처로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인공습지 보전을 위해 다양한 조사 및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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