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기습할까'... 한파 습격, 북극 소용돌이는 알고 있다

  • 남주원 기자
  • 2021.03.05 11:00
올겨울 한파로 꽝꽝 얼어붙은 한강 (사진 본사DB)/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무시무시한 '살인 추위'를 몰고서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북극발 한파가 어느 지역을 향할지 예측하는 길이 열렸다. 

해양수산부 산하 극지연구소는 '북극 소용돌이'(Polar Vortex)가 움직이는 형태에 따라 북반구에서 한파 발생 지역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북극 소용돌이는 북극의 차가운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 사이 경계를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한 바람이다. 이 소용돌이는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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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기후위기에 따른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로 인해 소용돌이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새어나와 우리나라를 포함한 북반구에 한파를 일으켜 왔다. 

극지연구소 김성중 박사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연구한 결과, 북극 소용돌이의 이상 운동 형태에 따라 북반구 한파 발생지와 빈도, 세기 등이 달라지는 현상을 새롭게 확인했다.

유형별 한파 발생 지역 모식도. (A)변위 유형: 극 소용돌이가 정상상태(1)에서 중위도 지역으로 이동할 때(2), 이동 지역에 한파가 찾아온다. 북극과 주변 성층권의 기압 분포 탓에 변위 유형 발생 시 극 소용돌이는 유라시아 쪽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B)전이형 분리 유형: 극 소용돌이가 정상상태(3)에서 이동하다가(4) 두 개의 작은 소용돌이로 분리되는 경우(5) 북미에는 한파가 발생했고, 유라시아는 변위유형, 비전이형 분리유형보다 상대적으로 온난했다 (C)비전이형 분리 유형: 극 소용돌이가 정상상태에서(6) 분리되는 경우(7)에는 한파가 유라시아와 북미에 동시에 발생했다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극 소용돌이 이상운동 발생과 지면 기온 변화. (A)2021년 1월(1~18일), (B)2019년 1월, (C)2018년 2월의 평균 지면 기온 변화. 한반도(붉은 동그라미)는 극 소용돌이가 변위 유형(A)과 분리 유형일 때(C) 한파가 발생했고, 극 소용돌이가 이동하다가 분리한 경우(B)에는 북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했다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연구팀에 따르면 북극 소용돌이의 중심점이 북극 중앙에서 중위도 지역으로 이동하면(변위 유형, displacement type),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라시아 지면 온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올해 1월 초·중순 서울 기온이 섭씨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졌던 한파 현상이 이 유형에 속한다. 

반면 북극 소용돌이가 두 개로 쪼개져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오면(비전이형 분리 유형, split type) 2018년 2월처럼 유라시아와 북미에 한파가 동시에 나타났다. 당시 한반도는 섭씨 영하 12.8도, 북미는 영하 10.4도로 지역 최저 기온이 평년보다 6~7도 낮았다.

특히 연구팀은 이미 알려져 있던 두 유형 외에도 북극 소용돌이가 중위도 지역으로 이동하다가 두 개로 분리되는 현상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경우 유라시아 대륙은 다른 유형보다 상대적으로 온난한 기후를 보인 반면 북미 지역에는 강한 한파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북극 소용돌이의 이상 운동 현상은 북극권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발생한다"라며 지구가열화로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앞으로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Frontiers)'에 발표됐다. 김창균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관은 “앞으로 북극 소용돌이의 이상 운동을 유형별로 규명해 한파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도록 연구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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