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없는 '녹색 인터넷'은 불가능한 꿈일까

  • 임병선 기자
  • 2021.02.28 00:00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인간에 의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억제해야 지구 기온 상승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인터넷도 효율을 개선해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고,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시청하고, 사물인터넷을 활용하는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인터넷 사용을 통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주목받고 있다.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수치는 없지만, 2019년 기준 인터넷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약 1.8~3.5% 정도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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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뉴스펭귄

인터넷 상 정보가 필수적으로 거쳐가는 데이터 센터에서는 수많은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연산을 처리하며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전력을 쓴다.

국제에너지기구(이하 IEA)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시간당 전력 수요는 평균 200TWh으로 전 세계 전력 수요의 0.8% 정도다. 

2030년에는 인터넷 사용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가 전체 사용량 중 약 10%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산화탄소 발생을 최소화한 네트워크 환경 일명 '녹색 인터넷'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녹색 인터넷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통신망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센터'의 전력 공급 구조와 효율성이 개선돼야 한다. 

데이터 센터 (사진 Pexels)/뉴스펭귄

데이터 센터 내 장치들은 항상 켜져 있고 뜨거운 상태인데, 과열 시 데이터 처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냉각 장치가 필요하다. 데이터 센터 운영과 냉각 등에 화석연료발전을 이용한 전기를 쓴다면 네트워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데이터 산업의 글로벌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에 필요한 전기를 풍력발전으로 생산하는 비율을 늘리고 있다. 

또 녹색 인터넷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데이터가 최소화돼야 한다. 2020년 5월 데이터 보호 기업 베리타스는 전 세계 기업이 현재 쓸모가 없지만 미래 활용 가치를 고려해 보관 중인 '다크 데이터'로 인해 2020년 한 해에만 이산화탄소 약 580만t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최근 유튜브,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영상 스트리밍 시장이 거대해지면서 인터넷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IEA는 네트워크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최신 자료를 내놨는데, 해당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 1시간을 볼 때 이산화탄소 전 세계 평균 기준 36g이 배출되고, 이는 주전자에 물을 끓일 때 40g이 배출되는 것과 비슷하다.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 시스코는 2022년에는 인터넷 트래픽 중 82%를 영상 트래픽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상 부문에서는 영상 용량을 최소화하는 압축 기술로 전환해야 한다. 영상 용량 최소화 기술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데이터 기업들은 'AV1'이라는 비디오 코덱을 공동 개발했다. 이 코덱은 영상 업계에서 기존 활발하게 이용되는 'H.264'에 비해 20%가량 적은 용량으로 비슷하거나 더 좋은 화질의 영상을 표현할 수 있으며 지난해 2월부터 넷플릭스가 채용하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이외에도 AV1보다 압축률이 5%에서 10% 높은 'H.266'도 시장에 나와 있다. 

홈페이지 디자인 요소가 많아지면서 웹서핑을 할 때 발생하는 정보량이 늘어났다는 것도 개선점으로 지적받는다. 웹페이지 분석 단체 http아카이브(http archive)에 따르면 2020년 한 페이지 당 평균 데이터 소모량은 2010년에 비해 4배에 달한다. 이들은 사용자의 데이터 절감을 위해 홈페이지 개발자와 운영자에게 불필요한 장식적 요소를 제거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추가로 웹사이트 이용자들은 웹브라우저에서 데이터 절약 모드를 켜면 불필요한 데이터와 에너지 소모를 방지할 수 있다. 데이터 절약 모드를 끈 상태에서는 웹브라우저가 새로운 페이지를 불러올 때 사용자가 이전에 머물던 페이지에도 있는 동일한 이미지를 다시 불러와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인간 활동을 인터넷 상에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오히려 이산화탄소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따져보면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식이 대면 방식일 때보다 나은 상황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시간 길이 영화를 한 편 보기 위해 1km 떨어진 영화관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운전해 가면 이산화탄소가 IEA 추산 기준 185g 배출되고, 집에서 영화를 스트리밍하면 72g이므로 113g 적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또 다른 예로 기업 미팅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가는 것보다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쪽이 이산화탄소를 훨씬 적게 배출한다. 

IEA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은 2015년에 비해 2021년 기준 5.91배 증가했지만, 네트워크 유지에 소요되는 에너지의 양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비대면화와 '녹색 인터넷' 구축이 동시에 이뤄진다면 인터넷 부문의 탄소 중립이 실현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기업, 연구단체 등 각계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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