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운의 곤충을 담다] '신성한 벌레' 소똥구리의 '지하 세계' 관찰기
[이강운의 곤충을 담다] '신성한 벌레' 소똥구리의 '지하 세계' 관찰기
  • 이강운 객원기자/곤충학자
  • 승인 2021.02.2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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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굴을 파서 복잡한 둥지를 만들고, 경단 속에서 안전하게 번식하는 가장 성공한 곤충, 소똥구리의 특별한 세상을 보여줍니다. 소똥구리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멋진 소똥구리들이 멸종되었거나, 멸종위기종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소똥구리는 '태양의 신', '신성한 벌레'라고 불립니다.

머리 모양도 태양과 비슷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동그란 똥을 굴리는 모습이 태양을 움직이며 하늘을 주관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땅속 굴의 경단을 뚫고 땅속에서 올라오는 소똥구리를 보고,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부활을 생각했겠죠. 사후의 지하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 영원한 삶을 기원하며 미라를 만들고 그 미라를 넣을 관을 만들고, 다시 그 위에 현란한 채색의 문양과 그림을 그려 넣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심장에 해당하는 정중앙에 경단 굴리는 소똥구리가 있습니다. 태양을 움직이는 ‘태양의 신’ 이기도 하겠지만 부활을 관장하는 ‘신성한 벌레’로도 생각한 겁니다. 소똥구리를!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건 바둑뿐만 아니라 소똥구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집트의 유물, 황금의 관과 소똥구리(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이집트의 유물, 황금의 관과 소똥구리(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소요산소똥풍뎅이(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소요산소똥풍뎅이(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창뿔소똥구리(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창뿔소똥구리(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점박이외뿔소똥풍뎅이(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점박이외뿔소똥풍뎅이(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큰점박이똥풍뎅이(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큰점박이똥풍뎅이(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왕소똥구리가 머리와 발을 써서 열심히 똥을 말아 둥그런 경단을 만들고, 앞발을 지지대 삼아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로 긴 뒷발로 경단을 굴립니다. 경단은 잘 굴리는데 굴을 파는 일은 좀 서툽니다. 땅을 얕게 판 후 큰 톱날모양의 머리로 흙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경단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을 만들고 억지로 밀어 넣는 모습이 어찌 불안해 보입니다. 금방 천적에게 노출이 될 텐데.

땅 파는 기술이 부족해 고운 모래나 부드러운 흙이 있는 습지에 굴을 파고 터를 잡는 거겠죠. 멸종되어 이제 더 이상 한반도에서는 볼 수 없는 왕소똥구리, 소똥구리가 그립습니다. 그나마 경단을 굴리는 놈으로는 긴다리소똥구리가 남아 있는데 이놈들도 거의 관찰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왕소똥구리(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왕소똥구리(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소똥구리(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소똥구리(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긴다리소똥구리(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긴다리소똥구리(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이제 막 소가 싸 놓은 검푸른 소 똥 밑으로 뿔소똥구리가 열심히 굴을 팝니다. 경단을 굴려 멀리 이동하느라 고생하지 않고 먹이인 똥 바로 밑에 굴을 만드는 놈인데 굴 파는 굉장히 속도가 빠릅니다. 이빨처럼 생긴 아주 날카로운 도구가 있는 앞다리가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뿔소똥구리보다 크기는 작지만 애기뿔소똥구리도 초식동물의 똥을 분해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아직 멸종은 당하지 않았지만 멸종위기종 Ⅱ급으로 지정되어 있는 애기뿔소똥구리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곧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야 할 뿔소똥구리도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아슬아슬한 곤충입니다. 

뿔소똥구리의 앞다리(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뿔소똥구리의 앞다리(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애기뿔소똥구리의 앞다리(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애기뿔소똥구리의 앞다리(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땅속 깊이에 따른 소똥구리 서식지(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땅속 깊이에 따른 소똥구리 서식지(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지하에 복잡한 둥지를 만들고 경단을 만드는 번식 행동이 소똥구리를 특별한 곤충으로 만듭니다. 행동이 독특하고 신기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생태적 역할은 더욱 큽니다.

인간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모든 동물의 배설물을 먹어 치워 냄새 없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파리의 애벌레를 잡아 먹는 응애를 태우고 다니며 질병을 일으키는 매개 곤충을 없애 줘 인간의 건강도 지켜 줍니다. 

뿔소똥구리와 편승 응애(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뿔소똥구리와 편승 응애(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훌륭한 일 밖에 하지 않는 경이롭고 훌륭한 곤충들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글·사진·동영상 : 이강운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서울대학교 농학박사. 

                            유튜브 ①곤충방송국 HIB(힙), ②‘애벌레 할아버지와 손녀’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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