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는 최악의 기후위기를 버틸 수 있을까? 텍사스 정전 사태에 우려
재생에너지는 최악의 기후위기를 버틸 수 있을까? 텍사스 정전 사태에 우려
  • 임병선 기자
  • 승인 2021.02.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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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 북부에 눈이 쌓인 모습. 사진가는 "눈은 약간 내렸지만, 매우 추웠다"고 전했다 (사진 Brian Bennett- flickr)/뉴스펭귄
미국 텍사스 북부에 눈이 쌓인 모습. 사진가는 "눈은 약간 내렸지만, 매우 추웠다"고 전했다 (사진 Brian Bennett- flickr)/뉴스펭귄

기후위기로 인해 극단적 기상현상이 나타나면서 유럽연합을 위주로 여러 국가가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하지만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지면 극단적 기상 상황에서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미국 40개주에 겨울 폭풍 특보가 내려지는 등 미 전역을 한파가 휩쓸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청(이하 NOAA)이 이번 미국 한파 도중 지역 별 최저기온을 기록한 바에 따르면 콜로라도주 유마에서는 섭씨 영하 41도, 캔자스주 노턴에서 섭씨 영하 31도가 관측됐고, 아칸소주 리틀록과 텍사스주 휴스턴은 각각 섭씨 영하 18도와 섭씨 영하 10도가 기록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남부에 위치한 텍사스주에서는 전력 수급 문제로 17일 기준 약 550만 가구가 정전 사태에 휘말렸다. 이번 한파로 인해 풍력발전기 터빈이 얼어붙고, 천연가스 수송관이 동결됐으며, 원전 4기 중 1기에서 급수 펌프 작동이 멈춰 발전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미국 정전피해 집계 사이트 파워아웃티지(Poweroutage)에 따르면 정전 가구는 37만 5000곳으로 크게 줄었다.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든 이후,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율과 이번 정전 사태 간 관계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 )/뉴스펭귄
눈으로 뒤덮인 휴스턴을 촬영한 항공사진 (사진 ESA)/뉴스펭귄

지난해 10월 기준 텍사스주 전력 발전원 구성은 천연가스 52%, 수력발전을 제외한 재생에너지 23%, 석탄 17%, 원전·수력·석유발전 등 기타 8%다. 텍사스주는 2010년부터 전력생산량 중 풍력발전 비율을 높여 왔다.

미국 방송사 NBC는 17일 이번 정전 사태 유일한 원인은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이라며 "전력공급이 거의 전부 재생에너지로 이뤄지는 미래를 준비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경고신호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번 한파와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 외에 발생할 수 있는 다른 문제도 지적했다.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는 바람과 태양빛 등 자연자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날씨에 따라 전력이 생산되는 양에 차이가 난다. 현재 상용화돼 쓰이고 있는 태양광발전기는 밤 시간대에 발전이 불가능하고, 만약 눈이 덮였을 때 털지 않으면 전력 생산이 중단되기도 한다.

텍사스 서부에 조성된 풍력발전 단지 (사진 Jonathan Cutrer- flickr)/뉴스펭귄
텍사스 서부에 조성된 풍력발전 단지 (사진 Jonathan Cutrer- flickr)/뉴스펭귄

재생에너지의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종의 대형 배터리를 발전소에 구비하는 방식으로 시기에 따른 전력 공급량 변화를 최소화하는 기술도 나왔지만, 비용 대비 효율 문제로 널리 활용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매체는 화석연료 발전이 이번 한파처럼 극단적인 상황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며 미래에 재생에너지가 기저 부하를 담당하게 되면 특수한 사태에 대비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우려했다. 기저 부하는 최저 전력 수요에 맞춰 생산하는 전력량을 의미하며,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한파가 기후위기로 인한 북극 제트기류의 변화 때문에 발생한 만큼, 기후위기 최대 원인이 되는 화석연료 발전을 더 획기적으로 줄이고 긴급 상황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전력 공급망을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한파로 화석연료발전 시설과 일부 원자력발전소도 한파 피해를 입고 가동을 멈췄기 때문에 이번 정전 사태는 재생에너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16일 텍사스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한파로 인한 가동 중단으로 손실된 전력이 천연가스, 석탄, 원자력발전에서 30GW였으며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16GW였다고 밝혔다. 

이번 텍사스주 정전 사태를 유발한 다른 원인으로는 텍사스주가 다른 주와 분리된 독립 전력 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텍사스주의 전력망은 전력회사 '오스틴 에너지'가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미국 동부와 서부 지역에서는 몇 개 주가 전력망을 공동으로 구성해 필요 시 다른 주에서 불필요한 전력을 가져올 수 있는 데 반해 텍사스주의 경우 다른 주 전력망과 완전 분리돼 있어 긴급 시에도 전력을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한다.

다만 텍사스주 전력 발전원 중 천연가스발전과 석탄발전 비율이 69%, 수력발전 제외 재생에너지는 17%라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재생에너지에서 한파로 인한 전력 손실이 큰 비중으로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높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날씨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이 필수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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