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폐암 유발 확인...'누구의 책임인가'

  • 임병선 기자
  • 2021.02.18 08:00
한국의 미세먼지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미세먼지가 폐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세포 실험 단계에서 밝혀진 가운데, 대기오염이나 미세먼지로 인한 시민 건강 피해에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에 관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건양대학교 병원은 17일 미세먼지가 폐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를 실제 세포 실험에서 확보했다고 밝혔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국내에 찾아오는 미세먼지가 인간에게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연구로 미세먼지가 폐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세포 실험에서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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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학교 병원 소속 박세진 전공의는 최근 과학 학술지 '국제환경연구 및 공중보건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에 '총유전체 서열을 이용한 폐상피세포의 초미세먼지 노출에 의한 단기 염기서열 변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그는 미세먼지와 폐암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일정한 농도의 미세먼지(PM10)를 폐상피세포주에 노출시켜 15일간 배양한 결과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방식으로 살폈다. 

폐상피세포주는 폐 내부 표면을 덮고 있는 세포 집단을 의미한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은 방대한 유전체 정보를 빠르게 해독하는 유전자 분석 방식의 일종으로, 하나의 유전체를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분해하고 각 조각을 동시에 분석한 뒤 전산기술을 이용해 읽어낸 정보를 조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미세먼지에 노출된 세포는 염기서열 배열 중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특정 구간이 크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병원 측은 미세먼지가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물학적 메커니즘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공의는 "역학조사가 아니라 미세먼지와 폐암 간 연관성을 실제 실험으로 밝혀낸 것"이라며 "폐암 예방과 치료에 관련한 연구를 지속해 국민건강 향상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미세먼지가 인체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여러 차례 소개됐지만, 시민들이 미세먼지나 자동차 대기오염 등 광역적 대기오염으로 인해 건강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별 다른 구제책을 내놓지 않았다.

환경재단을 비롯한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지난해 12월 재판부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다. 단체 측은 중국 정부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관할이 대한민국 재판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됐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정부 책임에 대해서 "설령 대한민국의 환경정책기본법 등 환경 법령상 의무 소홀로 국민이 미세먼지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 대한민국이 원고 등 개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령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과거 정부는 자동차발 대기오염으로 인한 시민 건강 피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권 씨 등 대한민국 국민 21명은 자동차 배출가스 때문에 천식에 걸린 환자에게 국가와 서울시, 국내 자동차 회사가 보상해야 한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지난 2014년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당시 재판부는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하며 판결문을 통해 "미세먼지나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의 농도변화와 천식 등 호흡기질환의 발병 또는 악화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인정한 연구결과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인정한 위 연구결과들 내에서도 물질별, 농도별 상관관계의 유무 및 그 정도에 대하여 상이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는 점, 상당수의 연구결과가 대기오염물질과 호흡기 질환 사이 상관관계를 부정하거나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있는 점, 위 연구 결과들 스스로 지적하고 있듯 많은 연구 결과들이 개인별 노출 조사의 부재, 자료로 사용된 대기오염 자료, 병상 자료들의 대표성의 문제 등 내재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인정한 위 연구결과들만으로 대기오염물질과 호흡기질환 사이의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26일부로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으나 '오염물질 배출시설'에만 적용돼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나 미세먼지를 건강 피해 원인으로 판결할지는 미지수다. 

만약 추가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와 폐암 간 연관성이 사실로 확인되면 국내에서도 미세먼지나 자동차발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악화에 관한 책임을 국가, 지자체, 자동차 회사에게 물으려는 사람들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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