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부산 해운대에 나타났던 '200살 거북이' 사연

  • 임병선 기자
  • 2021.02.21 00:00
(사진 KTV 대한늬우스 유튜브 채널 캡처)/뉴스펭귄

지금으로부터 57년 전인 1964년, 부산 해운대 바다에 알을 낳으러 왔다가 동물원에 갇힐 위기를 넘기고 바다로 무사히 돌아간 거북의 소식이 다시금 화제다.

최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뜻밖의 풀코스 대접받은 거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게시물에는 과거 1960년대에 산란을 앞둔 거북 1마리가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 찾아왔다가 주민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고 바다로 돌아갔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1964년 5월에 해운대에 나타났던 거북은 신문, 방송 기록이 남아 있다. 한국의 뉴스 프로그램 시초 격인 '대한뉴스 471호 용궁에서 온 손님'에는 거북이를 지켜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 풍경이 영상에 포착됐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영상에서는 내레이션을 통해 "26일에 200살 정도로 추정되는 거북이 육지로 올라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보는 거북"이라면서 "27일 밤 150개의 알을 낳고 28일에는 3만여 명의 환송 아래 용궁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 KTV 대한늬우스 유튜브 채널 캡처)/뉴스펭귄

동아일보 같은 달 29일 자 3면을 통해 사람들이 이 거북의 얼굴을 만지면 3년 더 산다며 얼굴을 만지려고 몰려들었고, 한 미국인이 2만 원을 낼 테니 자기 이름을 새긴 목걸이를 거북목에 걸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는 소동도 전해졌다.

경향신문 같은 달 30일 자 5면에 실린 기사에는 "거북이 제 발로 기어서 그 고장(부산)에 나타난 적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었다"는 내용으로 보도됐다. 

거북이가 동물원에 갇히는 신세가 될 뻔한 사연도 공개됐다.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근처를 지나가던 최 씨는 거북을 보고 깜짝 놀라 사로잡았고 서울 창경원으로 보내려고 했으나 다른 해운대 사람들이 예부터 영물인 거북을 해쳐서는 안 되는 짐승이라고 만류했다"고 알려졌다. 창경원은 일제 강점기 당시 일제가 창경궁을 훼손하고 동물원과 유원지로 개조한 것인데, 해방 이후에도 1983년 12월까지 관광지로 활용됐다.
 
이어 해운대 사람들은 거북을 꽃수레에 태워 거리 구경에 나서고, 산에서 스님이 내려와 불경을 외고, 수 만 명의 구경꾼이 몰려들어 거북을 환송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거북이 바다로 돌아간 이후 건강 소식이나 알 부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수만 명의 사람이 몰려든 소동 가운데서 대범하게 알을 낳고 건강하게 돌아간 거북은 57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