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불러온 전력난... 기후위기까지 촉발

  • 홍수현 기자
  • 2021.02.15 15:19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며 이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3일 (현지시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분석에 따르면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2021년 현재 아르헨티나 국민 전체가 1년간 소비하는 전력보다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암호화폐로 연간 121.36 테라와트시(TWh)가 소비되고 있다며, 아르헨티나 (121TWh), 네덜란드 (108.8TWh), 아랍 에미리트 (113.20TWh)에서 1년 간 사용되는 전력보다 더 많은 전기가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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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뉴스펭귄

비트코인의 전력 사용량이 엄청난 이유는 암호화폐 채굴 과정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를 채굴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식을 풀어야 하고 비트코인은 이에 대한 보상격으로 주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수십·수백 대의 고사양 컴퓨터를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이 점점 줄어들면서 난이도가 더 높아져 더 높은 사양의 슈퍼컴퓨터를 총동원해야 하니 더 많은 전기가 소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이란은 전력난의 원인이 비트코인 때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란은 석유매장량 세계 4위로 전기료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가상화폐를 채굴하기 딱 좋은 조건인 셈이다.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과 러시아의 전문업자까지 이란에 들어와 채굴장을 가동했고 이에 이란 전역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더해 당국이 부족한 전기를 메꾸기 위해 화력발전소를 가동하자 스모그 현상까지 발생해 비트코인이 환경 오염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지난 2018년 미국 하와이대 마노아캠퍼스 기후학자들은 비트코인을 '전기에 굶주린(power-hungry) 가상화폐'라며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연구진은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유발되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이미 일부 국가들의 연간 배출량을 넘어섰다"며 "이는 2033년까지 전 세계 기온을 2℃가량 높이기에 충분한 규모"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결코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파리 기후 협약에 속한 195개국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고 있다. 

연구진은 2017년 한 해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이 6900만t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오스트리아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수치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됐다. 

또 다른 금융·블록체인 전문가 알렉스 더프리스 역시 "채굴이 계속되면 전 세계 에너지의 5%를 필요로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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