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제거꾼일까? 사막화 원인인가?' 사육 염소를 둘러싼 논쟁

  • 임병선 기자
  • 2021.02.15 13:46
풀 뜯는 염소 (사진 Pixabay)/뉴스펭귄

풀을 뿌리까지 먹어치우는 염소의 습성이 본의 아니게 사막화 유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염소는 선천적으로 '잡초 제거꾼'의 면모를 지녔다. 염소는 풀을 먹을 때 뿌리까지 먹기 때문에 염소가 지나간 자리에서는 풀이 다시 자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습성을 이용해 미국, 일본 등에는 염소를 잡초 제거꾼으로 고용하는 '염소 파견 서비스'도 성행 중이다. 땅 주인이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업체는 염소를 파견하고, 염소는 파견지에서 잡초를 처리한다. 염소는 풀을 맘껏 먹고, 땅 주인은 직접 잡초를 없애는 수고를 덜고, 염소 주인은 돈을 버는 '윈윈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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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파견 서비스'는 주로 농지 잡초 제거나 공원 관리, 공장 부지를 위해 채용된다. 요금은 미국 기준 염소 15마리에 일 250달러(한화 약 27만 6000원), 250마리에 일 700달러(한화 약 77만 2000원) 정도다.

몽골 캐시미어염소 (사진 Vaiz Ha - flickr)/뉴스펭귄

반면, 인간이 염소를 과도하게 목축해 기후위기 심화 원인이 되는 사막화를 유발한 사례도 있다.

몽골 정부 산하 사막화방지연구소에 따르면 몽골 국토 중 76.9%에서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다. 몽골에 접한 고비사막은 매년 3370㎢씩 넓어지고 있는데, 이는 서울 면적의 5배가 넘는다.  

몽골의 토지가 사막으로 변하는 원인은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탓이기도 하지만, 염소 대량 유목이 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1990년대 몽골 정부가 자본주의를 채택한 이후, 각 가정에 돈벌이가 되는 캐시미어염소 목축을 장려했다. 2019년 기준 몽골 내 사육 캐시미어염소 개체수는 약 2700만 마리로 추정된다. 풀뿌리까지 뜯어먹는 염소가 지나간 땅은 사막화에 그대로 노출됐고, 초원은 빠르게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몽골 유목민에게 무작정 염소 사육을 그만두라고 요구하는 것도 어렵다. 몽골 전체 인구 중 약 40%가 캐시미어 산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몽골 사막화는 국내 공기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황색 먼지가 중앙아시에서 한반도로 몰려오는 현상, '황사'는 몽골 사막화에서 기인했다. 

몽골 정부는 사막화를 늦추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대 숲을 조성 중이며, 황사 피해국인 국내에서도 자금 지원과 봉사활동 등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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