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운의 곤충을 담다] 경이로운 소똥구리 알 속 비밀...'최초 공개'

  • 이강운 객원기자(곤충학자)
  • 2021.02.02 14:19

 

소똥구리는 말 그대로 소똥을 굴리는 딱정벌레 곤충(Dung Beetle)을 말합니다. 다 먹고 나온 찌꺼기라고 생각되는 동물의 똥을 자신의 양식으로 또한 자식의 집과 먹거리로 다양하게 이용하는 소똥구리는 연구할수록 점점 더 신비해지는 벌레입니다. 

더럽고 지저분한 동물의 똥을 먹는 사실이 기괴해 보이지만 그들의 습성 또한 아주 특이합니다. 땅을 파 지하에 둥지를 만들고 똥을 빚어 볼(ball)처럼 둥근 알을 만든 후 그 볼을 굴리고 굴려 둥지로 어렵게 옮깁니다. 그 볼 속에 알을 낳아 번식하고 있으니 이중, 삼중으로 베일에 쌓여 있는 셈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결코 쉽게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왕소똥구리(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뿔소똥구리 암컷,수컷(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에서 증식 중인 뿔소똥구리 실험용 케이지에서 소똥구리들이 키우던 몇 개의 볼을 꺼내어 경이로운 소똥구리 알 속 세상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소똥구리 알 속 세상을 은밀하게 지켜보는 일은 아마도 처음 보는 광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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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안에 있는 4개의 뿔소똥구리 알(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소똥구리 알 속 애벌레(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애벌레의 모습이 여느 애벌레와는 달리 등이 심하게 굽어있습니다. 매듭 없이 연결 된 가장 안정된 구조인 원형에서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체형을 공간에 맞게 변화시킨 구조적 진화라 할 수 있습니다.

등 굽은 애기뿔소똥구리 애벌레(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경단이 부서지자 곧바로 뿔소똥구리 애벌레가 배 끝에서 자신의 시커멓고, 끈적끈적한 똥으로 한 칸 한 칸 벽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 다음 재빠르게 입으로 그 똥을 문질러 미장하듯 매끈하게 붙입니다. 

부서진 알을 자신의 배설물로 수리하는 뿔소똥구리 애벌레(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몸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약 20mm 밖에 되지 않는 제한된 공간에 소똥구리 애벌레가 먹고  난 찌거기를 배설하면 그 안은 똥 천지이겠죠. 그래서 먹은 것을 완전 소화시키기 위하여 다른 곤충과 비교하여 훨씬 더 긴 장을 갖고 있는 소똥구리 애벌레인데, 배설물을 보니 그 양이 엄청납니다. 길고 가느다란 중장(midgut, 中腸) 안에 보이는 새카만 것이 전부 똥이 될 놈들이었습니다.  

뿔소똥구리 애벌레의 장(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알 속 뿔소똥구리 애벌레들이 그동안 배설하지 않고 장에 저장해 두었던 음식물 찌꺼기로 뚫어진 구멍을 막습니다. 컴컴한 볼 속에 갑자기 빛이 들어오고, 공기 중의 곰팡이나 바이러스가 들어올 수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구멍을 막습니다. 이제 자신의 똥을 이용해 자신을 지키네요!  순식간에 애벌레가 구멍을 다 막아버렸습니다.

경단의 뚫린 구멍 속 뿔소똥구리 애벌레(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초식동물의 배설물인 똥을 자신의 양식으로, 또한 자식의 집과 먹거리로 다양하게 이용하는 소똥구리와 자신의 끈적끈적한 똥으로 자신의 안전 가옥을 지키는 방어물질로 사용하는 소똥구리 애벌레가 정말 신기합니다. 굴리고 만져주는 어미가 있어 늘 든든하지만 애벌레도 자신의 집을 지키는 방어책이 있습니다. 

그저 경이로운 곤충, 경이로운 알 속 세상입니다.

 

글·사진·동영상 : 이강운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서울대 농학박사/ 유튜브 ①곤충방송국 HIB(힙), ②‘애벌레 할아버지와 손녀’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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