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모방'이 뭐길래?...'새 깃털'에서 찾아낸 친환경 기술 개발

  • 남주원 기자
  • 2021.02.01 15:43

최근 국내에서 '생태모방'을 통한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생태모방이란 인간사회의 기술·공학적 문제 해결을 위해 생태계나 생물자원의 기본구조, 원리 등을 모방 및 응용하는 것을 말한다. 미래사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친환경 기술로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물총새 (사진 Pexels)/뉴스펭귄

이러한 생태모방을 통해 전력소모는 적고 선명도는 높은 디스플레이 기술과 새들의 투명구조물 충돌 방지를 위한 기술이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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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조류 깃털의 구조색을 모방해 자연광을 이용하는 ‘반사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과 조류충돌 방지를 위한 ‘광학 요소 어레이(array)’를 최근 개발하고 관련 특허 2건을 출원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구조색'은 특정한 색을 띠는 색소에 의한 색이 아닌,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의 형태나 배열 등 '구조'에 의해 빛이 반사, 산란, 또는 회절해 나타나는 색이다. 공작이나 파랑새 등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번 특허 출원은 국립생태원 생태모방연구팀과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공학부 여종석 교수팀이 2018년부터 공동으로 추진한 조류 깃털 구조색 모방연구를 통해 달성한 결과물이다.

생태모방의 역사. 대표적인 생태모방 제품으로는 1955년 스위스에서 식물 도꼬마리의 가시를 모방해 작은 돌기를 가진 잠금장치 ‘벨크로(일명 찍찍이)’가 있다 (사진 국립생태원 생태모방연구팀)/뉴스펭귄

먼저 ‘반사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은 일부 조류 깃털에서 나타나는 파란색, 녹색 등 화려한 색채가 색소가 아닌 깃털 내부의 특수한 미세구조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반사형 디스플레이는 백라이트 없이 자연광을 이용하는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는 백라이트가 없어 전력소모가 적으며 자연광을 이용하기 때문에 주변이 밝을수록 더 선명하게 보이는 장점이 있다. 다만 색 구현이 힘들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현재 많이 쓰이는 디스플레이는 투과형 디스플레이로 백라이트가 필수로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패널 뒤에서 강한 빛(백색광)을 비추고 패널 내 컬러필터를 통과한 색을 사람이 인식하는 구조다. 

설명에 따르면 이 방법은 색 구현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디스플레이의 대부분 영역에 백라이트가 배치되기 때문에 전력이 많이 소모되며, 주변이 밝은 곳에서는 시인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깃털 구조색 관련 주요 연구대상종 (사진 국립생태원 생태모방연구팀)/뉴스펭귄

이에 연구팀은 우선 각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보관 중인 파랑새, 어치 등 국내 서식 조류 10종의 사체로부터 깃털을 확보해 구조색 발현 원리를 분석했다고 알렸다.

연구팀은 조류 깃털의 구조색이 베타-케라틴(β-keratin)과 멜라닌 나노입자의 배열에 따른 빛의 선택적 반사에 의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 구조를 모방한 광학소자를 제작해 구조색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베타-케라틴(β-keratin)과 멜라닌 나노입자는 조류 깃털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전자는 사슬구조 형태의 단백질로 구조색 발현과 강직성에 관여하며 후자는 원통형의 구조가 여러 겹으로 배열돼 있다.

연구팀은 "이는 컬러필터나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기존 디스플레이와 다르게 자연광 반사에 의해 색상을 재현하는 방식"이라며 "저전력·고색재현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SBS '동물농장')/뉴스펭귄

연구팀은 더 나아가 같은 원리를 투명 방음벽 등 구조물 표면에도 적용할 방법을 찾아냈다.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광학 요소 어레이(array)’는 해마다 약 800만 마리의 야생 조류들이 건물 유리와 방음벽에 부딪혀 폐사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어레이 구조는 구조색을 구현하기 위한 작은 입자들의 배열 구조를 일컫는다.

연구팀에 따르면 유리창이나 방음벽 등 투명구조물 표면을 선형, 방사형 등 특정 형태의 나노구조 배열로 제작해 이 나노구조에서 반사되는 빛을 감지한 조류가 구조물을 인식하고 충돌을 피하는 원리를 적용했다.

1 나노미터(nm)는 10억 분의 1미터(m)를 의미하며 나노입자로 형성된 나노 크기 구조를 말한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사람의 시야는 방해하지 않으면서 조류는 선택적으로 빛을 감지할 수 있다. 기존의 충돌방지물에 비해 미적 기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한편 다양한 나노구조 배열의 제작을 통해 여러 광학 특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Flickr)/뉴스펭귄

현재는 조류 충돌방지를 위해 투명구조물 표면에 스티커나 필름 등을 부착하는 방식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들은 주변 환경에 따라 색의 대조가 저감돼 조류가 인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쉽게 손상될 수 있으며 사람 눈에 잘 띄어 시야를 방해하기도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새롭게 개발된 구조색 모방 기술은 자외선 및 가시광을 구조적으로 회절 또는 산란시키는 광학 요소를 투명구조물 표면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그들은 "구조물이 조류에게는 인식되나 사람의 시야는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심미적으로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광학 요소는 유리 등 투명자재 제작 공정에서 설치되므로 사후 별도의 재료나 장치를 부착하는 번거로움이 없으며 오염 및 손상 위험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생태모방연구 등 자연에서 배우는 친환경 기술은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도 국가 녹색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생태와 관련된 응용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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