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년 역대 최초로 북극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린다

  • 홍수현 기자
  • 2021.02.01 14:51

한여름 뙤약볕 아래 여름 스포츠의 진미를 느낄 수 있는 '하계 올림픽'을 '북극'에서 볼 날이 올까.

국토의 1/3이 북극권인 핀란드에서도 가장 추운 도시로 꼽히는 작은 소도시 살라(Salla)가  2032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저 영하58°C까지 내려가는 살라가 어떻게 육상, 수영, 사이클링과 같은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걸까? 

살라는 최근 공식 페이스북에 오는 2032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위한 홍보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살라 주민들이 끝도 없이 펼쳐진 설원에서 각종 여름 스포츠를 즐기는 장면이 담겼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그들은 얼어붙은 폭포에서 서핑을 하고, 모래 대신 눈 더미 속에서 비치발리볼을 즐긴다. 물 대신 순록이 끄는 스키를 타기도 하며, 자유롭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한 보더는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어딘가 모르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느낌은 마스코트 공개에서도 이어진다. 살라 측은 더위에 지쳐 쓰러진 순록을 마스코트로 공개했다. 순록 위로 "이상 고온은 새로운 모기와 해충을 불러와 순록을 해칠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지나간다. 

살라에서 제출한 2023 하계 올림픽 공식 마스코트

 

살라는 공식적으로 하계 올림픽 유치를 위한 행정 절차는 밟았으나 이후 공개한 영상으로 미루어볼 때 이는 지구가열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캠페인으로 해석된다. 

살라시는 하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2032년은 지구가열화와 전쟁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올림픽 유치를 신청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 망가진 환경을 물려주게 된다"고 경고했다.

핀란드 기상청에 따르면 핀란드는 최근 150년 사이 평균 기온이 1.5°C 상승했으며, 북극의 지구가열화는 지구 어느 곳보다 2배 정도 빠른 상황이다. 

핀란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순록이 사는 국가로 살라에는 인구 대비 2배 많은 순록이 살고 있다. 

최근 급격한 기온 상승탓에 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내리기 시작했고 눈 위에 얼어붙으며 순록이 이끼와 같은 먹잇감을 구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순록들은 굶어 죽거나, 새끼를 낳아도 사산하거나 미숙아를 낳는 상황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영국 제임스 허튼 지질연구소에 따르면 1994년 태어난 성체 순록의 무게는 평균 55kg이었지만, 2012년에 태어난 순록은 48kg으로 20년 사이에 무게가 13%나 줄었다. 미국 국립 해양대기국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야생 순록의 숫자가 약 50% 가까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간 활동까지 영향을 미쳤다. 400년이 넘게 순록을 길러오며 순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미족은 삶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지난 2018년 사미족 청년단체는 유럽연합(EU)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절차상의 이유로 기각됐다. 

겨울왕국의 감초 스벤(왼쪽)과 울라프 (사진 겨울왕국,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뉴스펭귄

순록과 사미족은 우리와 먼 이야기 같지만 사실 꽤 익숙한 친구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눈사람 올라프와 함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스벤'이 바로 사미족이 키우는 순록을 모델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겨울왕국 제작진은 사미족과 협력해 영화 속 '사미 언어'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키 파르키넨(Erkki Parkkinen)살라시 시장은 2032년까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빠른 행동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우리는 살라를 있는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 겨울은 겨울대로 춥고 눈으로 가득찬 곳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다른 많은 언론매체들과 달리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나 주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자본,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뉴스펭귄이 지속적으로 차별화 된 기후뉴스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후위험을 막는데 힘쓰도록 압박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만, 뉴스펭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꺼이 후원할 수 있는 분들께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아무리 작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지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가능하다면 매월 뉴스펭귄을 후원해주세요. 단 한 차례 후원이라도 환영합니다. 후원신청에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으며 기후위험 막기에 전념하는 독립 저널리즘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