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기만 덜 먹으면..." 기후위기 대처 놓고 미-중 설전

  • 홍수현 기자
  • 2021.01.29 14:19

기후위기 대응을 둘러싼 미국-중국 간 갈등이 연초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데 종목이 좀 독특하다.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 산업도 아니고 '육류를 소비하는 식습관'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Pexels)/뉴스펭귄

발단은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실은 기사로 미국이 먼저 불을 당겼다. 이날 타임지는 "메뉴에서 고기를 뺀 중국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중국을 도발했다. 

기사는 "중국은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 육류의 28%를 소비할 만큼 과도하게 육류를 섭취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같은 중국의 식습관이 지구가열화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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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는 1960년대 이후 급증한 중국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을 근거로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문제를 끌어들여 중국을 자극했다. 

타임지는 중국인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는 1960년대 5kg 이하 였으나 이후 개방을 거치면서 1980년대 후반 20kg까지 늘었고 최근 63kg까지 늘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의 육류 시장 규모는 820억 달러(한화(92조 6200억 원)에 달하는데 매체는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20~50%가 축산업 때문"이라며 "중국이 축산업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면 약 10억t의 이산화탄소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Pexels)/뉴스펭귄

이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서구권 언론은 항상 중국의 육류 소비를 과장하는 면이 있다"며 OECD의 자료를 반박 근거로 제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인 1인당 육류 소비량은 44.4kg이며 미국은 101.6kg, 호주는 89.3kg, 아르헨티나는 87.5kg으로 나타났다. 

매체는 "OECD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소고기 소비량은 4.2kg으로 세계 평균보다 낮으며 미국(26.2kg)보다 훨씬 낮다"며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도 한국, 베트남, 칠레, 미국에 이어 5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은 역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배출국"이지만 중국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2017년 기준, 미국의 1인당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6t으로 세계 평균의 3.3배, 중국의 2배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양국 정부도 공방에 가세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선진국들은 오는 2050년을 목표로 탄소 중립을 선언했지만, 이는 이미 최대 배출 시점으로부터 60년이나 지난 것"이라 지적했다. 대변인은 "반면 중국은 배출 시점은 2030년에 정점을 찍겠으나 이후 30년 만인 206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이라 말했다. 

같은 날 세계경제포럼(WEF) 화상회의에 참석한 미국 존 케리(john kerry) 기후특사는 "중국의 계획은 구체적 내용이 없다"며 "2060년까지 뭔가 하겠다고는 하는데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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