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인가? 아닌가?' 멸종위기종의 어두운 미래
'얼룩말인가? 아닌가?' 멸종위기종의 어두운 미래
  • 임병선 기자
  • 승인 2021.01.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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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발견된 점박이 무늬 평야얼룩말 (사진 Maasai Mara Wildlife Conservancies Association 페이스북)/뉴스펭귄
2019년 발견된 점박이 무늬 평야얼룩말 (사진 Maasai Mara Wildlife Conservancies Association 페이스북)/뉴스펭귄

 

최근 아프리카 일대에서 발견된 '기묘한 무늬'를 가진 얼룩말은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해 나타난 얼룩말 아종으로 멸종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몇 년 사이 아프리카에서는 종종 무늬가 독특한 얼룩말이 발견됐다. 

2019년 케냐 마사이 마라 국립 보호구역에서 줄무늬가 아닌 점박이 무늬를 가진 평야얼룩말(학명 Equus quagga)이 발견됐고, 2013년에는 나미비아 에토샤 국립공원에서는 줄무늬로 보이지 않을 만큼 검은 부분이 많은 평야얼룩말이 포착됐다.

평야얼룩말은 여러 얼룩말 아종 중 하나로 아프리카 북동부 에티오피아부터 남부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일부 지역에 산발적으로 서식하며, 다른 아종에 비해 개체수가 많은 편이다.

독특한 무늬가 단순히 한 개체만 가진 '개성'이라면 좋겠지만, 특정 개체의 '기묘한 무늬'는 평야얼룩말 종이 맞이할 어두운 미래의 전조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13년 포착된 독특한 무늬의 얼룩말 (사진 Robert Bernatzeder - Etosha National Park 페이스북)/뉴스펭귄
2013년 포착된 독특한 무늬의 얼룩말 (사진 Robert Bernatzeder - Etosha National Park 페이스북)/뉴스펭귄

미국 UCLA, 허드슨알파 바이오테크 연구소(HudsonAlpha Institute for Biotechnology) 등 연구진은 '기묘한 무늬'를 가진 얼룩말 개체와 유전적 다양성 간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담은 논문을 지난해 11월 과학 학술지 몰큘러 이콜로지(Molecular Ecology)에 게재했다. 

평야얼룩말은 서식하는 지역에 따라 개체군이 여럿 형성돼 있으며, 개체군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얼룩무늬를 가진 경우가 있다.

연구진이 아프리카 평야얼룩말 서식지 9곳에서 '기묘한 무늬'를 가진 얼룩말 7마리와 일반적인 무늬를 가진 비교군 133마리에 유전자 분석을 시행한 결과, 다른 무리와 분리된 정도가 높은 개체군에서 다른 얼룩말 집단에 비해 '기묘한 무늬' 얼룩말이 나타날 확률이 높았다. 이는 분리된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개체군 간 인구 교환이 이뤄지지만,  인간이 땅 일부를 차지하면서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를 막기 때문에 개체군끼리 교류가 없어지는 현상이 강해진다. 과학자들은 이를 '인위적 서식지 파편화(Anthropogenic habitat fragmentation)'라고 부른다.

이에 더해 연구진은 '기묘한 무늬'를 가진 개체가 근친 교배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대상이 된 평야얼룩말은 다른 심각한 멸종위기종에 비해 멸종 위협이 적은 편이지만 '기묘한 무늬'가 자주 발견된다는 점은 종의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평야얼룩말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준위협(NT, Near Threatened)종으로 분류됐다.

앞서 IUCN 줄리안 페네시(Julian Fennessy)는 기린의 유전자 다양성이 감소하면서 개체수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며, 기린이 '조용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얼룩말도 추후 '조용한 멸종' 위협에 시달리는 동물이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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