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안이 미세플라스틱 오염 '세계 최고 수준'인 이유

  • 홍수현 기자
  • 2021.01.21 08:00

미세플라스틱. 많이 들어봤고 몸에 좋지 않다는 것도 알지만 말 그대로 '미세'플라스틱이라 잘 느껴지지 않는 그것. 

하루가 멀다 하고 바다가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됐다는 기사가 쏟아지니 바다 오염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 오염된 바다가 바로 우리나라 해안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8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지역 2위와 3위에 인천-경기 해안과 낙동강 하류가 꼽혀 충격을 안겼다. 이보다 앞선 2015년 '경남 굴 양식장 스티로폼 부자 쓰레기의 발생량 추정과 저감 방안'에서 해안가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한국이 압도적인 오염국 1위에 올랐다. 2위는 하와이 3위는 인도가 차지했고 브라질과 칠레가 각각 뒤를 이었다. 대체 왜 이런일이 발생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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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바로 어업에서 흔히 쓰이는 '스티로폼 부표' 때문이다. 스티로폼 부표는 1980년대부터 보편화 됐는데 이는 굴이나 멍게를 양식할 때 바다에 가라앉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스티로폼 부표는 가볍고 저렴한 장점 덕분에 양식 어민들 사이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등극했다. 2019년 기준 국내 양식장에서 쓰인 스티로폼만 약 4100만 개 수준으로 파악됐으나 회수·수거율은 28% 수준에 머물고 있어 폐스티로폼으로 인한 해양오염 우려가 높아졌다.

대부분 양식장에서 사용되는 스티로폼 부표는 파도 등에 쉽게 부스러져 미세한 알갱이로 흩어지며 결국은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수거나 제거가 매우 어렵다. 수거를 한다고 해도 물에 젖은 스티로폼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결국 소각 또는 매립밖에 방법이 없어 심각한 환경 오염을 초래한다. 

게다가 최근 중국에서 사용하는 검은색 부표까지 밀려오며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영국 헐요크의과대 연구팀 조사 결과 아시아 해안 굴 등 연체동물 및 소형 갑각류에서 어류 중 최고 수준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바다에서 스티로폼에 붙어 자라니 이상할 일도 아니다. 이를 통째로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인간까지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지사다.

실제 지난해 8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환경보건공학 바이오디자인 센터(Biodesign Center for Environmental Health Engineering)의 롤프 홀든 박사 연구팀이 기증받은 인간 시신에서 채취한 조직 샘플을 분석한 결과, 인체의 모든 기관과 조직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폐스티로폼 부표 조각들 (사진 해양수산부_디지털소통팀_똑똑한바다 21편_쓰레기섬 캡처)/뉴스펭귄

이처럼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각 지방자치단체와 어민들이 자발적으로 폐스티로폼 부표 수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에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지난 2015년부터 친환경 부표 사업을 도입했으나 어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 표 부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해수부가 배포한 부표를 사용할 경우 부표만 사용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부표에 붙어있는 굴 등 생물 자체가 가라앉아 어민들이 손실을 입는 상황을 초래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해양수산부가 새롭게 선보인 친환경 부표 (사진 해양수산부)/뉴스펭귄

이후 절치부심한 해수부는 지난해 알루미늄, 에어셀, 페트병 등을 이용한 새로운 친환경 부표를 선보였다. 새롭게 발표한 부표는 실제 양식장에서 4개월간 성능시험을 마쳤으며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2800만 개의 친환경 부표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같은 해부터 어구·부표 보증금제도를 도입해 자발적인 수거 활동을 독려하고, 2023년부터는 친환경 부표 사용 의무화를 추진한다. 

한편 지난 20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의회는 '스티로폼 사용금지'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스티로폼으로 음식 용기 등을 사용할 경우 과징금 최초 100달러(한화 11만 원) 3회 적발 시 500달러(한화 55만 원)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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