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멸종뉴스룸과 #지구해요

  • 김기정 /발행인 겸 편집인
  • 2021.01.18 16:50

 

◆뉴스펭귄의 2021년 슬로건, '#지구해요'

최초이자, 유일한 멸종위기 전문 뉴스매체인 뉴스펭귄은 2021년 슬로건으로 ‘#지구해요’를 정했다. “지구를 구해요”라는 말이다. 또한 글자 그대로 ‘지구해요’이기도 하다. 어법상으로는 지구해요라는 말이 물론 성립하지 않는다. 뉴스펭귄이 만든 슬로건이므로 어법을 뛰어넘어 의미론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구해요란, 지구를 사랑하는 행동을 하자는 뜻이다. 지구를 지구답게, 지구의 모습 그대로 온전하게 유지하려면(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지속가능하려면), 지구의 구성원 가운데 하나인 우리 인간이 누구보다 지구를 사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가장 강력한 파괴자가 아닌가. 따라서 지구해요는 지구 사랑 ‘행동’이다. 말이나 표어, 구호, 시늉에 머무르는 지구사랑이 아니라, 제대로 지구를 사랑하기 위해 당장 행동하자는 촉구다. 국내의 어느 환경단체에서 ‘환경해요’라는 슬로건을 건 적이 있는데, 의미론적으로는 그와 같은 선상에 있다. 하지만 층위는 엄연히 다르다. 뉴스펭귄의 #지구해요는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며, 그를 위한 실질적인 방법론을 모색하고 제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 지구적인 연대를 추구하고, 편협한 국수주의 또는 정파적 이해에 저당 잡히지 않으며, 경제적 이익 향유에 ‘지구팔이’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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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필칭, 오로지 지구를 구하는데, 그것을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하는데 몰입한다. 

'탄소사회의 종말'(조효제 저) 표지(사진 본사 DB)/뉴스펭귄

 

◆'대역병시대'에 확산하는 '각성'

뉴스펭귄의 이 같은 각오는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시대’에서 가능성을 확인한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기후위기의 역습이다. 우리가 환경을 파괴한 결과, 기후위기가 가속화되고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신종 감염병 창궐을 불러왔다.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인간들이 병원균에 감염될 민감성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조효제 교수(성공회대)가 ‘탄소사회의 종말’에서 소개한 ‘스톡홀름 패러다임’ 이론에 따르면 기후환경이 급격히 변할 때 병원체가 새로운 숙주를 찾아 쉽게 공략할 수 있는 ‘병원체의 기회공간’이 열린다. 지구가열화로 병원균들이 따뜻한 온도에 적응하면 인간 체온 37도의 장벽을 넘기가 수월해진다는 것. 

따라서 지금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사태는 기후위기 비상사태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인간이 지구를 뜨겁게 달구는 ‘지구가열화’를 서둘러 멈췄더라면, 최소한으로 줄였더라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21세기 페스트’를 결코 겪지 않았을 것이다. 

전대미문의 '대역병시대'에 그래도 희망적인 신호는 기후위기에 대한 각성이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용어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용어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언론도 정부도 기업도 기후위기라는 말을 쓴다. 용어만 대체된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기후위기를 두려워하고 어떻게든 진행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각성의 공유가 활발하며,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를 다루는 언론매체 또한 불과 1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국내 언론매체 가운데는 가장 먼저 기후위기와, 기후위기로 인한 대멸종(인간을 포함한) 위기에 천착한 뉴스펭귄이 ‘지구해요’를 슬로건으로 내건 자신감의 토대들이다.

던킨도너츠 캡슐커피.(사진 본사DB)/뉴스펭귄

◆지구를 위해 우리가 조금 '포기'해야 하는 것들

지구를 구하자는, 지구를 사랑하자는 이 슬로건은 거창한 실천방식을 주장하지 않는다. 이 보다는 아주 작은 것,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던킨도너츠의 캡슐커피는 캡슐 하나하나마다 ‘실링팩’이라는 플라스틱 포장이 돼 있다. 캡슐 커피는, 커피추출 기계에 캡슐 째 집어넣어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등을 내려 마시는 커피다. 일반적으로는 종이포장재를 뜯어 바로 캡슐을 기계에 투입하면 된다. 하지만 던킨도너츠의 캡슐커피는 플라스틱 ‘실링팩’으로 캡슐을 한번 더 쌌다. 따라서 이 커피는 플라스틱 포장을 벗겨내고 캡슐을 꺼내도록 돼 있다. 이중-삼중 포장이다. 제조사측은 맛과 향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렇게 이중으로 플라스틱 포장을 한다고 설명한다.

제조사측의 주장대로 그렇게 이중 포장을 하면 맛과 향을 보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본다면 다소 ‘불필요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쌓이게 할 뿐이다. 캡슐커피의 맛과 향을 보호한다는 이유에 비해 지구에 끼치는 해약이 상대적으로 크다. 지구가열화를 막기 위해, 기후위기를 피하기 위해, 코로나19 같은 대역병의 창궐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우리가 그 정도의 맛과 향기는 ‘포기’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플라스틱 뚜껑이 달려 있는 매일유업 슬로우밀크 900ml(사진 본사DB)/뉴스펭귄

매일유업의 저온살균 우유 슬로우밀크의 경우를 보자.

슬로우밀크는 ‘본연에 가까운 맛과 영양을 더하기 위해 자연에 가까운 올바른 과정을 통해’ 생산한다고 매일유업은 강조한다. ‘보관중에도 신선함을 지키기 위해’ 매일유업은 플라스틱 뚜껑을 달았노라고 우유팩에 써놓았다. 당연히, 신선함 유지 뿐 아니라 사용상의 편의성도 플라스틱 뚜껑 부착의 이유다. 그러나, 누구의 ‘어록’을 패러디한다면, “그런데 지구는요?”다. 그 플라스틱 뚜껑으로 인해 지구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플라스틱 뚜껑은 없는 게 ‘맞지’ 않을까? 신선함을 조금 포기하는게 낫지 않을까? 아니, 다른 방법으로도 그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비단 매일유업의 제품 뿐 아니라 다른 유제품 제조사들의 제품 가운데도 이처럼 플라스틱 뚜껑을 부착한 것들이 있다.)

뉴스펭귄의 #지구해요는 바로 이런 것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지구온난화를 지구가열화로 바꿔야 하는 이유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또한 인식을 가두는 틀로 기능하게 된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인간을 포함해 여섯 번째 대멸종을 촉발할 기후위기를 기후변화로 부른다면 사시사철 계절변화의 수준에서 바라보게 된다. 거기에 머물러선 대멸종을 비껴 갈 답이 없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 대신 기후위기,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뉴스펭귄은 이번에 2021년 슬로건을 정하면서 홈페이지의 뉴스 카테고리 이름도 바꿨다. 멸종뉴스룸, 기후뉴스룸, 글로벌지금, 스페셜리스트 그리고 #지구해요가 변경된 카테고리 이름이다. 

뉴스펭귄은 중후장대한 캠페인 또는 운동 못지않게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들이 모이고 쌓여야 지금의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 시민들의 작은 노력과 실천의지가 제대로 뭉쳐져야 대멸종으로 치닫는 기후위기의 시계를 멈출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런 믿음으로 #지구해요의 깃발을 든다.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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