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다리 기린에 감춰진 슬픈 출생의 비밀

  • 임병선 기자
  • 2021.01.15 08:00

아프리카에서 다리가 매우 짧은 기린이 발견된 가운데, 동물보호단체가 왜소증 원인에 대한 연구에 나섰다.

아프리카 기린 보호단체 기린보전기금(Giraffe Conservation Foundation)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나미비아와 우간다에서 다리가 유난히 짧은 기린 2마리가 발견됐으며, 그 원인이 과거 야생동물 사냥 때문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기금 측에 따르면 기린의 왜소증을 공식적으로 문서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금 측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기린 2마리(B, C)가 다른 기린(A)에 비해 다리가 짧고 두꺼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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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우간다에 서식하는 일반적인 키의 기린, b는 우간다에서 발견된 다리 짧은 기린, c 나미비아에서 발견된 다리 짧은 기린(사진 Giraffe Conservation Foundation)/뉴스펭귄

다리가 짧은 기린들은 실제 성장 속도도 일반 기린에 비해 더딘 편이다. 기린 성체는 5m 정도까지 자라지만, 다리가 짧은 두 기린 중 우간다 무르치슨(Murchison Falls) 국립공원에서 지난 2015년 처음 발견된 개체는 현재 약 2m 85cm, 나미비아 한 개인 농장에서 2018년 발견된 개체는 현재 약 2m 59cm까지 자란 상태다. 

기린보전기금 소속 연구진은 다른 기린과 비교해 골격이 특이하게 형성된 두 기린 사례를 비슷한 연령대 기린 평균 골격과 비교하고, 다리가 짧아진 원인을 추측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지난달 31일 온라인 공개 학술지 BMC리서치노트(BMC Research Notes)에 게재했다.

조사 결과, 목격 시기와 인근 주민 증언을 근거로 다리가 짧은 두 기린 모두 성체가 되기 직전 단계라는 점을 파악했다.

두 기린의 골격을 왜소증이 발생하지 않은 기린과 비교했을 때, 두 기린 모두 비슷한 연령대 기린에 비해 전체적인 다리 길이가 짧은 것은 공통적이었으나 무릎 위 뼈인 '노뼈(Radius)' 길이는 이들보다 어린 유년기 기린 평균과 거의 같았다.

반면 두 기린 간 차이점도 나타났다. 무릎 아래 뼈인 '장골(Metacarpal bones)'의 경우 두 기린 모두 비슷한 연령 기린에 비해 짧았지만, 유독 우간다에서 발견된 기린의 장골은 유년기 기린의 것만큼이나 짧았다. 바닥에 접촉하는 발 뼈 '손발가락뼈(Phalanx)' 길이의 경우 우간다 기린이 정상인 데 반해 나미비아 기린은 유년기 평균에 속했다. 목뼈의 경우 우간다 개체는 비슷한 연령대 평균과 비슷했지만, 나미비아 개체는 유년기 평균에 근접했다. 

기린의 특이 골격 형성 원인에 관한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연구진은 기린의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연구진은 1980년대 고기를 얻기 위한 야생동물 사냥으로 인해 발생했던 개체수 급감 현상이 기린의 근친 교배를 촉진하고 유전병을 불러왔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취약(VU, Vulnerable)종으로 분류된 멸종위기종이다. 아프리카 중부, 남부 곳곳에 서식하며 약 6만 8300마리만 남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린보전기금 이사는 "왜소 현상이 나타난 기린을 문서로 정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 연구는 우리가 기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면서 "기린을 더 많이 알고 멸종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당장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나미비아에서 발견된 다리 짧은 기린 (사진 Giraffe Conservation Foundation)/뉴스펭귄
나미비아에서 발견된 다리 짧은 기린 (사진 Giraffe Conservation Foundation)/뉴스펭귄
우건다에서 발견된 다리 짧은 기린(사진 Giraffe Conservation Foundation)/뉴스펭귄
우건다에서 발견된 다리 짧은 기린(사진 Giraffe Conservation Foundation)/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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