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 모피는 과연 천연 모피보다 '친환경'적일까?
인조 모피는 과연 천연 모피보다 '친환경'적일까?
  • 홍수현 기자
  • 승인 2021.01.1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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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모피 소비를 지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모피 퇴출(Fur-free)운동이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유명 브랜드들이 동물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세계 4대 패션쇼로 꼽히는 '런던 패션위크'는 동물 모피로 만든 옷을 무대에서 제외했다.

동물 모피가 떠난 자리는 인조 모피가 대신하며 자연스레 '친환경' 마케팅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인조 모피가 과연 천연 모피보다 '친환경'적일까?

인조 모피. 사진은 본문과 상관이 없습니다 (사진 Flikr)/뉴스펭귄
인조 모피. 사진은 본문과 상관이 없습니다 (사진 Flikr)/뉴스펭귄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쎄'다. 

인조 모피는 대부분 합성 섬유로 제작되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합성섬유는 석유·석탄·물을 출발 원료로 만든 물질이며 폐기는 물론 생산 과정부터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인조 모피를 염색할 때 쓰이는 화학물질과 이산화탄소 배출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점 중 하나다. 

패션계는 전 산업군에서 두 번째로 환경오염을 많이 일으키는 업군으로 꼽힌다. 여기에 인조 모피 제품 판매량이 2016년부터 연평균 30~40%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을 감안할 때, 인조 모피의 생산과 폐기로 인한 환경오염이 결코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대표적 합성섬유 중 하나인 '폴리에스터'의 경우 하수처리시설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걸러지지 않아 바다로 곧장 유입되는 치명적 단점이 있으며, 2015년 섬유용 폴리에스터 생산과정에서 나온 온실가스는 약 7억 5000만t으로 이는 석탄발전소 185개와 맞먹는 양이다.

즉 인조 모피는 천연 모피에 비해 동물 친화적이기는 하나, 환경 친화적이라고 하기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사진은 본문과 상관이 없습니다 (사진 Pexels)/뉴스펭귄
사진은 본문과 상관이 없습니다 (사진 Pexels)/뉴스펭귄

아이러니하게 모피 업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동물 모피가 '친환경'적이라 주장한다. 동물 모피가 인공 모피와는 달리 궁극적으로 생분해되는 천연 제품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리다. 동물 모피는 말 그대로 천연 모피이기 때문에 자연적인 폐기가 가능하지만, 현재 유통되는 모피 의류는 겉감은 모피를 쓰고 안감은 합성섬유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안감에 합성섬유를 쓰지 않는다면 동물 가죽이나 털이 몸에 그대로 닿아 간지러움이나 따가움을 유발할 수 있고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 수 없다. 결국 원시시대의 모피 차림새를 말하는 게 아닌 한, 현재의 모피 의류 역시 친환경적이라 할 수 없다. 

게다가 '환경'이란 물, 공기, 나무뿐만이 아닌 우리를 둘러싼 모든 생태계를 뜻한다. 모피 의류로 소비되는 밍크, 여우, 라쿤, 거위, 오리 역시 환경의 일원이다. 이들로부터 가죽과 털을 얻기 위해 저지르는 만행이 고발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가학적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송아지 가죽은 태어난 지 6개월 미만의 송아지를 죽여 얻어내고, 털을 조금만 남긴 채 가공한 송치 가죽은 태어난 지 1개월도 안 된 송아지 가죽을 벗겨 만든다. 모피를 얻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도축되는 동물이 있는 한 천연 모피는 결코 '친환경'이 될 수 없다. 

과거 착용했던 드레스를 다시 입고 시상식에 참석한 제인 폰다 (사진 Jane Fonda 인스타그램)/뉴스펭귄
과거 착용했던 드레스를 다시 입고 시상식에 참석한 제인 폰다 (사진 Jane Fonda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인조 모피와 동물 모피 모두 친환경이 아니라면 대안은 무엇일까? 최근 패션업계의 화두는 '지속가능한 패션'이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에 작품상을 호명한 배우 제인 폰다(Jane Fonda)는 2014년 칸 영화제에서 입었던 드레스를 다시 입고나와 눈길을 끌었다. 화려한 시상식 레드카펫에 서기 위해 몇달 전부터 공을 들여 새로운 옷을 준비하는 관행과 달리 그녀는 "더 이상 옷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기후 위기에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체포를 당하기도 했다. 

많은 선행 연구 결과 동물 모피(30년)는 인조 모피(6년)에 비해 오랜 수명을 유지하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모피는 관리만 잘한다면 리폼을 통해 언제든 새 옷으로 만들어 입을 수 있다.  

인조 모피는 수명은 짧지만,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업사이클링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낡은 가죽 자켓으로 작은 손가방을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최대한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 

비건 패션 (사진 스텔라 맥카트니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비건 패션 (사진 스텔라 맥카트니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패션계는 한발 더 나아가 모피를 식물성 혹은 신소재로 대체하는 '비건(Vegan·채식주의자) 패션'에서도 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비건 패션의 대표적 브랜드인 '스텔라 맥카트니'는 옥수수 부산물과 폴리에스터 섬유를 재활용해 코바(KOBA)라는 인조 모피를 선보였고 프랑스 브랜드 '바네사 브루노'도 대마(삼)으로 울(Wool)과 촉감이 유사한 코트를 만들었다. 스웨덴 브랜드 H&M은 이탈리아 베제아(VEGEA)와 손잡고 와인 제조 과정에서 나온 포도 찌꺼기를 재활용해 재킷 등 비건 가죽 제품을 내놓는 등 여러 브랜드에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멸종위기종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