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1급 수달이 '한강'에 산다... 먹고 있는 건 '플라스틱'

  • 남주원 기자
  • 2021.01.08 11:59
수달 똥에서 발견된 스티로폼과 방습제 (사진 사회적협동조합 한강)/뉴스펭귄

한강에 사는 수달의 배설물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다.

7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고덕천을지키는사람들, 중랑환경센터 등 환경단체 3곳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최근 한강 지류에서 멸종위기종 수달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이들 단체는 수달보호활동가들과 함께 한강에 서식하는 수달 서식 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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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이달까지 이뤄졌다. 단체는 배설물이나 족적 등 수달의 흔적을 통해 분포 현황을 확인했으며, 수달 출현지점 및 가능지역에 무인 센서 카메라를 설치해 서식 여부와 활동을 살폈다.

조사 결과 한강 지류 최소 3곳에서 수달이 다수 확인됐다. 단체는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을 서울 수계 내 여러 곳, 특히 지류들에서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며 "수달의 서식 및 복원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수달 똥 안의 방습제 (사진 사회적협동조합 한강)/뉴스펭귄

문제는 발견된 일부 수달들의 배설물에서 플라스틱, 스티로폼, 방습제 등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단체에 의하면 수달이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을 직접 먹었거나 그들의 먹이인 물고기를 삼키면서 물고기 몸속에 있던 플라스틱을 그대로 섭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배설물에서 확인된 스티로폼이나 방습제 등은 부족하거나 오염된 먹이에 의존하고 있는 수달들의 현 상태를 보여준다"며 열악한 수달 서식 상태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이하 성내천에서 발견된 수달 상처 (사진 사회적협동조합 한강)/뉴스펭귄
(사진 사회적협동조합 한강)/뉴스펭귄

또한 발견된 수달들의 활동 공간은 매우 협소하고 외부 간섭도 많아 서식처로서 열악한 것으로 판단됐다. 몸에 상처가 발견된 개체도 여럿이다. 

단체가 무인 카메라 화면을 확대해 본 결과 수달들의 목과 몸통, 꼬리 등에서 상처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외상으로 찢긴 흔적이거나 무엇인가로부터 물린 자국들이었다. 

단체는 "대형견과 같은 다른 동물의 공격에 의한 상처든, 장애물에 의한 외상이든, 먹이 부족에 따른 수달들 간의 싸움이든, 또는 피부병이든 수달 서식처가 양호한 상태가 아닌 이유로 발생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최근 잦은 수달 출현은 한강의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희망의 메시지임은 분명해 보인다. 수달은 하천을 주요 활동공간으로 하는 유일한 포유류로 천연기념물 330호이자 멸종위기종 1급이다.

단체는 "짧은 기간 동안 다수의 수달이 확인된 것은 한강 본류와 지류 곳곳에 수달이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수달이 시민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수로 (사진 사회적협동조합 한강)/뉴스펭귄
한강본류와 고덕천 합류지점 (사진 사회적협동조합 한강)/뉴스펭귄

여기서 주목할 점은 수달이 발견된 지점들 모두 상당기간 하천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이에 따라 자연스러운 물리적 환경이 조성되고 수목이 우거져 수달의 은신이 가능하게 됐다고 단체는 설명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는 한강 본류나 과도하게 정비된 지류들에서는 수달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과 비교된다.

단체는 "단조로운 호안, 깊은 강, 개방된 공간 등은 수달에게는 서식하기 어려운 사막과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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