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고 북 치는 '프러포즈 만렙' 앵무새 "50년 내 개체수 반토막"

  • 임병선 기자
  • 2021.01.06 14:22
구애용 '북채'를 손에 쥔 야자잎검은유황앵무새 (사진 Laura Wolf - flickr)/뉴스펭귄

북을 치는 듯 독특한 구애 방식을 가진 야자잎검은유황앵무새(학명 Probosciger aterrimus)가 개체수 급감 위기에 처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에만 사는 야자잎검은유황앵무새는 독특한 구애 의식을 가졌다. 새 중 유일하게 도구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수컷이 암컷에게 매력을 뽐내는 것이다. 야자잎검은유황앵무새 수컷은 나뭇가지 끝을 부리를 이용해 부러뜨려 발에 쥔 다음, 나뭇가지를 '북채'처럼 이용해 나무를 두들기며 울음소리를 낸다.

나무를 실컷 두들긴 수컷은 한 발로 나뭇가지를 잡고 부리로 가지를 결이 난 방향으로 찢어 이를 속이 빈 나무 구멍 안에 떨어뜨린다. 수컷이 찢은 나뭇가지들은 구멍 안에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둥지가 형성된다. 암컷은 수컷의 구애 행위를 보고 알을 낳아도 될 만큼 마음에 차면 수컷에게 다가와 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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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구애 방식을 본 학자들은 야자잎검은유황앵무새를 '북치기(Drummer)'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현재 1500여마리만 남은 것으로 집계된 야자잎검은유황앵무새는 2025년이 끝나기 전 개체수가 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 나왔다.

호주국립대 동물학 박사 로버트 하인슨(Robert Heinsohn), 뉴질랜드 매시대 등 연구진은 학술지 바이올러지컬 컨저베이션(Biological Conservation)에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느린 번식 속도와 낮은 개체군 연결성으로 인해 야자잎검은유황앵무새가 심각한 개체수 급감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 종은 지리에 따라 여러 무리로 분리돼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데, 각 무리를 개체군이라고 칭한다. 개체군 연결성은 얼마나 많은 개체가 한 개체군에서 다른 개체군으로 오가는지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특정 생물종 개체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사진 Jim Bendon - flickr)/뉴스펭귄

연구진은 "야자잎검은유황앵무새 암컷 1마리는 10년에 새끼 1마리 정도를 길러내는데, 개체수 감소를 따라잡기에 이는 매우 느린 속도"라고 밝혔다.

현재 야자잎검은유황앵무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최소관심(LC, Least Concern)종에 속해 아직까지는 엄밀히 말하자면 멸종위기종이 아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야자잎검은유황앵무새 멸종위기 등급을 상향 조정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자잎검은유황앵무새는 IUCN 적색목록에 최소관심종으로 분류됐다 (사진 IUCN)/뉴스펭귄

연구진은 야자잎검은유황앵무새 개체수 보전을 위해서는 개체 번식에 관한 이해를 높이고, 호주 야생동물 개체수에 영향이 큰 산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자잎검은유황앵무새는 앵무과에 속하는 새로 파푸아뉴기니, 호주 북부 일부에 서식하며 야자 열매와 견과류 등을 먹고 산다. 몸길이는 성체 기준 55cm~60cm, 몸무게는 1kg가량이다. 야자잎검은유황앵무 1개체가 호주 한 동물원에서 사육 상태로 최대 90살 정도까지 산 기록이 있으나, 야생 상태에서 수명은 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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