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구조된 새끼 황새, 한반도 땅끝까지 날아왔다

  • 남주원 기자
  • 2021.01.05 08:00
오른쪽이 러시아에서 구조된 개체다. 가락지 번호 048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뉴스펭귄

러시아에서 목숨을 건진 황새가 한반도 땅끝으로 날아왔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세계자연기금 러시아지부가 지난해 현지에서 방사한 멸종위기종 황새 1마리를 전라남도 해남에서 최근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황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이자 국제 멸종위기등급 '위기(EN, Endangered)'에 처해 있다. 현재 러시아 동북부와 중국 동북부 등 현재 전 세계 3000여 마리만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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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탈진 상태의 러시아 새끼 황새, 지난해 6월 범재활센터 치료실 광경 (사진 세계자연기금 러시아)/뉴스펭귄
범재활센터에서 회복 중인 황새 (사진 세계자연기금 러시아)/뉴스펭귄
(왼쪽부터)새끼 황새 방사지로 이송하는 모습, 지난해 8월 예브레이스카야 남부에서 방사 당시 (사진 세계자연기금 러시아)/뉴스펭귄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세계자연기금 러시아지부는 지난해 6월 극동 러시아 프리모르스키 지역에서 탈진한 상태인 어린 황새 1마리를 구조했다. 황새는 현지 재활센터에서 회복 기간을 거쳐 같은 해 8월 13일 항카호 북부지역의 예브레이스카야 자치주에서 방사됐다.

방사 이후 한-러 황새 보전 공동연구 기관인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12월 25일 전남 해남에서 월동하고 있는 황새 18마리를 발견했다. 기관은 이 중 1마리가 세계자연기금 러시아 지부에서 방사한 황새(가락지 녹-048)임을 확인했다.

황새(가락지 번호 048) 이동경로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뉴스펭귄
황새(가락지 번호 048) 이동경로 지도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뉴스펭귄

황새에 부착된 위치추적시스템(GPS)을 통해 이동 경로를 확인한 결과, 녀석은 극동 러시아 예브레이스카야에서 방사(2020년 8월 13일)된 이후 한반도 북부과 전북 김제(2020년 12월 16일)를 거쳐 전남 해남(2020년 12월 25일)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현재 개체의 건강은 양호하며, 국내 다른 17마리의 황새들과 어울려 기수역의 소하천, 저수지, 갯벌 등지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해남 서식 황새 월동개체군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뉴스펭귄

국립생태원과 세계자연기금 러시아지부는 지난해 2월 러시아-한반도 황새 생태축 보전을 위한 한-러 공동연구 협정을 시작으로, 러시아 주요 황새 번식지 개선과 이동경로를 연구하고 있다.

양국은 한반도 월동 황새 번식지 개선을 위해 지난해 3월 국제적 황새 번식지인 러시아 항카호 습지와 한-러 황새 이동경로 내 중간기착지인 두만강 유역에 총 8개의 황새 인공둥지탑을 설치했다.

두 기관은 철새 황새의 러시아-한반도 이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양국 황새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을 증진시켜 안정적인 황새 생태축 보전을 이루기 위해, 황새의 인공둥지탑 사용 현황과 번식 상태 자료를 수집하고 서식지 개선 효과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황새 둥지, 알과 유조, 성조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뉴스펭귄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황새의 도래는 한-러 양국이 기울인 노력의 작은 결실”이라며 “한-러 공동연구 대상지인 프리모르스키 지역에서 구조된 개체가 한반도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황새 보전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재확인시켜주는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황새를 멸종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주요 위협 요인은 습지 및 하천 매립, 개간으로 인한 서식지 감소, 전신주 송전탑 절연 미비로 인한 감전, 전깃줄 충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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