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운의 곤충을 담다] 멸종위기종 붉은점모시나비, 코로나 퇴치 '전사'(戰士)?

  • 이강운 객원기자/곤충학자
  • 2021.01.04 11:41

 

모든 게 멈춰버린 듯, 일상이 무너진 ‘우울 그 자체’로 기록 될 2020년이 이제 끝이 났습니다. 한 해 내내 코로나로 힘들었는데 새해를 맞이해서도 혹한과 한기로 몸도 마음도 한 없이 움츠러듭니다. 코로나도, 추위도 좀 물러갔으면 하지만 아직은 기세등등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영하 20도를 오르내리고, 낮에도 한파와 찬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도 영하 10도 이하.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의 겨울(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체온이 조금만 떨어져도, 또 조금만 올라가도 금방 죽을 수 있는 정온동물과는 달리 곤충은 변온동물입니다. 즉 외부 온도에 자신의 체온을 맞추며 사는 동물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옷을 입거나 철새처럼 따뜻한 곳으로 이주할 필요가 없이 살던 장소에서 버텨낼 수 있습니다. 영하의 저온을 이겨낼 수 있는 내한성을 발달시켰으므로 혹독한 추위의 겨울에 체온을 유지하려 애쓰지 않고 주변 환경에 몸을 맡기는 전략으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알로 월동하는 암고운부전나비(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번데기로 월동하는 박각시(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그렇다고 모든 곤충들이 겨울엔 주변 온도나 환경에 몸을 맡기고 버티기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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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버티는 것이 아니라 겨울에 활동하는 놈이 있습니다. 세포의 체액이 아주 낮은 온도까지 얼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지요. 우울하고 칙칙한 계절, 겨울과 맞지 않는 듯 차가운 눈 속에서 생명력을 잃지 않고 성장하는 바로 붉은점모시나비입니다. 매서운 칼바람에도 꿈틀대며  영하 48도까지도 끄떡없습니다. 

짝짓기 중인 붉은점모시나비(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슈퍼쿨링 크래프(영하 48도까지 견디는)(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전 세계적 멸종위기 곤충종인 붉은점모시나비(Apollo butterfly)를 증식하고 연구하면서 신약 재료로서 많은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특히 추운 겨울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음에도 영하 48도까지도 끄떡없이 버티며 겨울 내내 왕성하게 활동하는 붉은점모시나비를 보면서 항 바이러스성 단백질을 기대해 봅니다. 

붉은점모시나비 알에서 부화(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붉은점모시나비 1령 애벌레(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는 낮은 온도에 더욱 민감합니다. 겨울로 계절이 바뀌면서 전염의 속도가 급증하고 있는데, 추운 겨울에 활동하는 붉은점모시나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등 척추동물처럼 발달된 면역 시스템은 아니지만 곤충도 침입하는 균에 대항하는 항 세균성 단백질로 침입자를 죽입니다. 균도 균이지만 겨울에 주로 활동하므로 늘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있을 것이고, 살아남기 위해 항 바이러스성 물질을 갖고 있지 않을까 추론해 봅니다. 

붉은점모시나비 기린초 섭식(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붉은점모시나비는 단순히 아름다운 나비, 멸종위기종으로 보호해야할 곤충일 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의 재료로서 또 다른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극한의 악 조건에서 활동하는 붉은점모시나비의 흥미진진한 그 세상을 엿보면서 인류를 궁극적으로 구원할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는데, 잘 지켜야 하겠죠! 미처 제대로 연구도 하기 전에 다 멸종시키면 무엇으로 우리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글·사진·동영상 : 이강운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서울대 농학박사. 

                            유튜브 ①곤충방송국 HIB(힙), ②‘애벌레 할아버지와 손녀’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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