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O 기획기사] 해빙(海氷)과 기후위기, 그 상관관계에 대하여

  • 남주원 기자
  • 2021.01.02 08:00
지난 2011년 북극해에서 촬영된 해빙 (사진 NASA)/뉴스펭귄

세계기상기구(이하 WMO) 사무총장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의 말을 빌리자면 “2020년은 불행히도 기후 역사에서 최악으로 기록될 한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말 WMO가 발표한 '2020년 지구기후 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은 역대 가장 따뜻한 10년으로 기록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 한해는 전 지구적으로 역대 가장 따뜻한 3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WMO는 강조했다. 

'2020년 지구기후 잠정 보고서’는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기온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자료로, 최종 보고서는 올해 3월 발표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문제가 대두되면서 속절없이 사라지는 극지방 해빙(海氷, sea Ice)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대거 쏟아져 나왔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빙이 현재 속도로 계속 줄어들면 2100년에는 북극곰이 완전히 멸종할 수 있다는 국제 공동연구진의 전망은 그 심각성을 더욱 실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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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 부서진 해빙 (사진 Pexels)/뉴스펭귄

해빙은 넓은 의미로 바다에 떠 있는 모든 얼음을 말하며, 형상과 관계없이 해수가 얼어붙어 생성된 얼음을 가리킨다. 극지나 고산지대와 같은 육지에서 만들어지는 '빙하(氷河, glacier)'와 엄연히 구별된다.

빙하는 오랜 시간 쌓인 눈이 육지의 일부를 덮고 있는 얼음층을 말한다. 극지방의 광대한 지역을 뒤덮는 빙상이라던가 남극대륙으로부터 바다로 이어지는 빙붕 등이 바로 빙하에 포함된다.

해빙과 빙하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해빙은 해수, 즉 바닷물이 얼어서 만들어지고 빙하는 담수(민물)가 얼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염분이 들어있는 해수는 어는점이 섭씨 -1.9도로 담수(섭씨 0도)보다 낮다. 

1981~2010년 평균 대비 해빙 면적 변화. (왼쪽 그래프)북극의 해빙 면적 최대 월과 최소 월 (오른쪽 그래프)남극의 해빙 면적 최대 월과 최소 월. 북극에서 해빙 면적 최고치와 최저치는 각각 3월과 9월, 남극에서는 각각 9월과 2월로 나타났다 (사진 WMO)/뉴스펭귄

WMO가 발표한 '2020년 지구기후 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 이후 북극 기온은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여름철 북극 주변 해빙 면적의 하향 추세가 심화됐다. 

특히 보고서는 2020년 7월과 10월 북극 해빙 면적은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7월 해빙은 1979년 해빙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면적이었던 지난 2012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월에는 더딘 회복을 보였으나 결국 12일 경 역대 최저 면적을 기록했다. "북해 항로는 2020년 7월부터 10월까지 얼음이 아예 없거나 거의 없는 상태였다"고 WMO는 밝혔다.

1989년과 2020년의 여름철 해빙 면적 비교  (사진 기상청 북극해빙감시시스템)/뉴스펭귄
1989년과 2020년의 겨울철 해빙 면적 비교  (사진 기상청 북극해빙감시시스템)/뉴스펭귄

해빙은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의 50~90%를 반사해 극지방을 차갑게 유지하고 지구의 평균기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로 해빙 면적이 감소하면서, 반사되지 못하고 지구 표면에 그대로 흡수되는 태양에너지가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WMO 클레어 눌리스(Clare Nullis) 대변인은 "북극 기온 상승은 해빙의 급속한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온난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라며 "그 결과는 결코 북극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지난 9월 초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정기 브리핑에서 경고한 바 있다.

2017년 7월 촬영된 북극 해빙 (사진 NASA, Eric Fraim)/뉴스펭귄

눌리스가 말한 것처럼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 북극 뿐만 아니라 중위도 지역의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한민국 기상청이 지난 10월 말 발표한 '2020년 북극 해빙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해상에서 생성된 수증기가 인근 지역에 눈으로 뿌려져 대륙을 차갑게 식히기도 하고, 북극 상공의 제트기류를 교란시켜 중위도 지역 날씨에 큰 영향을 준다.

보고서는 "북극증폭(Arctic Amplification, 북극의 급속한 온난화) 현상은 중위도 지역의 이상기후 발생 빈도 및 강도와 연관성이 있다"라며 "해빙은 중위도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극곰 (사진 Pexels)/뉴스펭귄

이처럼 점점 녹아 사라지는 해빙은 비단 북극곰 생존에만 위협적인 문제가 아니다. 먹이와 해빙을 찾아 쉬지 않고 9일 밤낮 426마일을 수영했지만 결국 소중한 새끼와 건강 전부를 잃은 어미곰의 처지를 인간도 피해갈 도리는 없다. 

기후위기를 야기한 주범이기에 어쩌면 훨씬 더 끔찍한 대가를 치를 수도. 우리가 지금 당장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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