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뉴스펭귄 선정 멸종·기후위기 7대 뉴스

  • 홍수현 기자
  • 2020.12.31 17:3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상 초유의 팬데믹부터 지구 곳곳에서 터진 역대급 기후재난까지, 2020년은 여러모로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은 해로 오래 기억 될 것이다. 

올해를 마무리하며 짚고 넘어가야 할 멸종·기후 뉴스 TOP7을 선정했다.

(그래픽 최진모 기자)/뉴스펭귄

 

1. 코로나는 인간만 덮친 게 아니다. 야생동물이 얻은 '우연한 자유'와 '강요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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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도살당한 밍크 (사진 Becca Tyler - flickr)/뉴스펭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는 올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1918년 발병한 스페인독감 대유행에 이어 100여 년 만에 찾아온 세계적 전염병 사태라고는 하나, 사실상 산업혁명 이후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던 인류에 제동을 건 최초의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단, 바이러스의 피해는 인간만 입은 게 아니었다. 가뜩이나 동물원에 갇혀있던 사자들은 사육사로부터 코로나19를 옮았고, 호랑이, 고양이, 개, 고양이, 돌고래 할 것 없이 동물들로 속수무책 퍼져나갔다.

가장 끔찍한 건 '밍크'였다. 애당초 밍크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은 인간이었으나, 밍크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다시 옮는다는 이유로 1700만 마리 이상의 밍크가 도살됐다. 

한편 사람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잠시 쉬어가자, 숨어 지내던 지구의 또 다른 주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에서는 해양오염이 줄어들며 멸종위기종 흰돌고래가 포착됐고 전 세계 곳곳에서 야생동물들이 한적해진 도시에 출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 또한 크게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캔자스시티 '넬슨 앳킨스 미술관'은 코로나19로 인한 휴관 기간에 사람 대신 멸종위기종인 훔볼트 펭귄을 초대해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2. '지옥에서 온 계절'... 전 세계에서 터진 대형 산불 

캘리포니아 화재 현장 (사진 Greenpeace)/뉴스펭귄

미국, 호주, 러시아, 브라질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역대급 기후재난이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서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여름부터 가을까지 건국 이래 최대 규모 산불이 번지며 피해 면적만 2만4000㎢, 남한 넓이의 4분의 1에 이르렀다. 호주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산불로 무려 19만㎢의 대지가 잿더미로 변했고, 1억4400만마리의 포유류와 24억6000만 마리의 파충류, 1억8100만 마리의 조류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 시베리아에서는 지난 6월 기온이 38℃까지 치솟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되며 영구동토로 덮여있어야 할 지대에 전례 없는 규모의 산불이 확산됐다. 세계 최대 습지이자 '생태계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브라질 판타나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9월 기준 판타나우를 이루는 전체 삼림 중 15%는 이미 불에 타 없어졌고 불길을 피하지 못한 야생동물의 피해가 잇따랐다. 

미국, 호주, 러시아 등에서 터진 대형 산불의 원인은 모두 '기후변화'가 지목됐고 이번 여름은 '지옥에서 온 계절'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산불조사위원회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로 점점 기온이 상승하고 날씨가 건조해진 게 원인"이라고 밝혔으며 전문가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기후변화가 화재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날씨가 점점 건조해지면서 산불의 강도와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기상청은 지난 9월 "시베리아에 발생한 장기 고온 현상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아니면 벌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해 9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기후변화가 북위 50~70도 지역에 펼쳐진 침엽수림(타이가)을 태운 대형 산불을 증가시킨 원인이라고 밝힌 논문을 표지 논문으로 실었으며, 2016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는 1979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산림 건조화의 55%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3. '우리 그냥 목숨만 살려주세요' 끝없는 멸종위기종 수난사 

(사진 FSB제공)/뉴스펭귄

한 쪽에서는 수십, 수천억의 돈을 들여 멸종위기종 복원에 힘을 쏟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여전히 잡아들이기 바쁘다. 심지어 관광용 사냥도 모자라 쫄쫄 굶긴 뒤 음식으로 손님 앞으로 유인하거나 마취시켜 대령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그저 생명을 앗아가는 방아쇠만 당기면 된다. 

쿠바에서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적색목록 위급(CR) 종에 속하는 폴리미타(Polymita)속 달팽이 6종이 절멸 직전에 놓였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인간들이 보기에 예쁘니 목걸이에 꿰어 다니려고 남획한 바람에'

제주 앞바다에서는 선박 스크루에 부딪혀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멸종위기 푸른바다거북이 발견됐고, 일단 '(대부분 근거 없는 낭설이지만)몸에 좋다'면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탓에 중국 국경지대에서는 냉동차에서 꽁꽁 얼어붙은 호랑이 사체와 '바다의 코카인'이라 불리는 '토토아바'가 여전히 발견된다. 

아프리카 나미비아등 일부 국가에서는 국채 탕감 및 국익을 위해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경매에 내놓고 이를 합법화 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코끼리와 사자는 일종의 '고부가가치 종'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4. '매년 갈아치우는 기록'... 이산화탄소 농도 역대 최고 경신 

(사진 본사DB/뉴스펭귄)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이하 CO₂) 농도가 다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지난달 24일 세계기상기구(WMO)가 내놓은 ‘2019 온실가스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지구의 CO₂농도는 410.5ppm이다. 역대 최고치였던 재작년 407.9ppm보다 2.6ppm, 0.64% 증가한 것으로, 또다시 최고치 경신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CO₂ 농도는 전 지구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기상과학원이 측정한 한반도의 2019년 CO₂ 평균농도는 전년보다 2.7ppm 증가한 417.9ppm으로 심리적 한계선인 400ppm을 한참 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는 CO₂ 배출의 주범 격인 석탄화력발전의 퇴출 시한을 2045년까지로 잡는 방안을 내놨지만, 환경단체에서는 이를 2030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5. "우리의 미래를 우리에게 돌려주세요" 청소년들이 나섰다 

(사진 '청소년기후행동'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쪼그만 게 뭘 안다고 그래? 집에서 공부나 해"라며 핀잔을 주는 시대는 지났다. 청소년들은 이제 자신들이 살아갈 환경과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주저함이 없다. 

중고생이 주축으로 구성된 '청소년기후행동'이 바로 그 예다. 그들은 "자신들이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어른들의 주장에 잠깐 기삿거리로 소비되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며 굳건한 소신을 뉴스펭귄에 밝혔다. 

청소년들은 기후위기를 허공에 맴도는 말이 아닌 온 몸으로 느끼고 실천에 나서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 김도현 활동가는 "부모님 세대에서는 선풍기로 여름을 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폭염과 열대야가 일상이 됐다"며 "학교 야외 체육 수업은 자주 취소되기도 한다. 뚜렷한 사계절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보며 친구들이 ‘봄 여어어어름 갈 겨어어어울’이라고 농담을 던진다"고 말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열고 서울 광화문에서는 책상을 가져와 일명 '책상시위'를 열기도 했다. 책상 앞에는 '석탄 말고 우리 미래'라는 문구를 써붙인 채. 

뿐만 아니라 지난 3월에는 정부의 소극적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도 했으며, 8월에는 삼성에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참여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활동해 온 기성세대와는 달리 소셜 네트워크에 특화된 세대이니만큼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다.

청년이 모여 시민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현실을 알리자는 목적으로 결성된 '청년기후수호대 가디언즈 오브 클라이밋'은 한 시간 동안 불을 끄고 생활하는 모습을 SNS에 게시하거나, 단체 측이 게시한 기후위기 관련 퀴즈를 참여자가 댓글로 맞추는 '기후위기 퀴즈' 등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SNS를 활용해 기후행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비영리 창작집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이하 이동시)'는 영상, 설치, 퍼포먼스, 텍스트 등 창작의 힘을 빌려 기후위기에 관한 거대한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낸다. 이동시 활동가 현희진 씨는 "저는 조부모 세대(1946~1964)에 비해 단지 1/6정도의 이산화탄소만 배출할 수 있고 친구들과 동생의 미래가 없음에 서늘하다"며 이 서늘함이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라 말했다. 

 

6. 아직 희망은 있다 '우리를 바꾸는 것들' 

(사진 CJ제일제당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코로나19와 역대급 기후재난으로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한 해였지만, 달리 보면 그만큼 관심이 뜨거워진 2020년 이기도 했다. 18일 인스타그램이 발표한 올해의 해시태그에 '제로웨이스트'가 꼽히며 높아진 인식을 반증했다. 

올 초부터 SNS를 중심으로 음료에 기본적으로 붙어있는 플라스틱 빨대를 모아 회사로 돌려보내는 '빨대 반납 운동'이 활발히 진행됐다. 매일유업남양유업 등 국내 굴지의 유제품 생산업체에서는 소비자의 뜻을 받아들여 플라스틱 소비량 감축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플라스틱 줄이기는 CJ제일제당의 쓸모없는 '스팸 뚜껑'으로 바톤이 넘어갔다. 소비자들은 남은 음식 보관용도 아니며 그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 뚜껑의 불필요함을 지적하며 반납운동을 펼쳤다. 회사는 개선 약속과 함께 회사로 반납된 플라스틱 뚜껑으로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보였고, 이 자리에 뉴스펭귄이 함께했다. 

편의점 CU는 업계 최초로 모든 매장에 생분해 가능한 환경 봉투를 유료로 도입했고, 한국 맥도날드는 2025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친환경으로 전환하고 모든 음료에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뚜껑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7. 정치권의 움직임,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선언-미국 조 바이든의 '파리협약' 리턴 

환경 위기 시각인 오후 9시 47분을 가리키고 있는 청와대 집무실 탁상시계 (사진 청와대)/뉴스펭귄

문재인 대통령 "대한민국 2050 탄소 중립" 선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며 탄소중립을 위한 공식적 행보를 시작했다. 공청회를 통한 의견 수렴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지난 15일 유엔(UN)에 제출할 장기저탄소발전전략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확정했다.

일각에서는 대내외적 선언이 갖는 의미가 있음은 확실하지만, 연도별 탄소 배출량 목표치나 이행 비용 등 추진 전략이라 할 만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 Joe Biden 페이스북)/뉴스펭귄

조 바이든의 미국은 '파리협약' 재가입을 선언했다

전 세계 이목이 쏠렸던 차기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Joe Biden) 민주당 후보가 승기를 잡으며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한다.  

파리협약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로 195개국이 합의한 기후합의서약이다.

현재 미국을 이끌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줄곧 "기후위기는 과학자들이 꾸민 사기극"이라 주장하며 "지구는 다시 시원해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말을 서슴없이 공식 석상에서 내뱉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직후 파리협약에서 탈퇴했고,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파리협약 재가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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