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의 앞발이 노랗게 물든 이유는?

  • 홍수현 기자
  • 2020.12.30 13:22
먹이가 없어 새 둥지에서 알을 깨 먹느라 앞발이 노랗게 변한 북극곰

흰색 털이 매력적인 북극곰 앞발이 누런색으로 덕지덕지 물들었다. 빨간 핏자국은 아닌 것 같고 대체 무슨 일일까? 

기후변화로 해빙이 일찍 녹아 사라지며 북극곰들의 먹이 사냥이 날로 힘들어지고 있다.

북극곰은 본래 물범을 아주 좋아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지구 평균의 2~3배에 이를 만큼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해빙이 일찍 녹아 물범을 사냥할 수 있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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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은 나무 열매나 해초 등도 먹기는 하지만 이는 일종의 '디저트'일 뿐 주식량이 아니다. 이로부터 나오는 열량은 북극곰이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원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범잡이가 어려워진 북극곰은 이제 새 둥지를 돌며 알을 깨 먹기 시작했다. 북극곰의 앞발이 노랗게 변한 건 그 때문이다. 

(사진 유튜브 NSERCTube 캡처)/뉴스펭귄

캐나다 윈저대 연구팀은 허드슨만 북쪽 북극해에서 수년에 걸쳐 북극곰이 알을 깨 먹는 행동을 관찰했다. 

북극곰의 표적이 되는 건 해안절벽이나 섬에 둥지를 트는 바다오리, 기러기, 갈매기 등 종류가 다양했는데 집중 타깃은 '참솜깃오리(Common Eider)'였다. 

참솜깃오리는 솜털오리 중 크기가 가장 크며 몸길이 50~71cm까지 자란다. 해안에서 적게는 100여 마리에서 많게는 1만 5000여 마리까지 대규모로 무리를 지어 집단생활을 한다. 이에 북극곰 한 마리가 96시간 동안 참솜깃오리 둥지 206개를 턴 사례도 보고됐다. 

연구팀을 이끈 코디 데이(Cody Dey) 박사는 북극곰이 오리알을 깨 먹는 행위가 오리와 북극곰 그리고 북극에 살고있는 이누이트 원주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오리알을 아무리 많이 먹는다해도 북극곰에 물범만한 열량을 제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누이트 원주민들은 바다오리의 고기와 둥지의 털까지 자원으로 활용하는데, 오리가 북극곰을 피해 번식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원주민들까지 타격을 입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유튜브 NSERCTube 캡처)/뉴스펭귄

패트릭 야기엘스키(Patrick M.Jagielski)등 같은 대학 연구팀은 드론으로 북극곰이 참솜깃오리 둥지 속 알을 포식하는 행위를 정밀하게 조사했다. 

연구팀은 참솜깃오리 1700여 쌍이 번식 중인 허드스만 인근 무인도 미티비크섬에서 11일 동안 드론으로 북극곰 20마리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관찰 결과 곰들이 둥지를 털고 밤에 사냥을 계속하면 일부는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었지만, 이럴 수 있는 건 오직 먼저 섬을 찾아온 곰 몇 마리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둥지를 습격당한 오리는 번식을 포기한 뒤 다른 곳을 찾아 떠났다"며 "바닷새알이 북극곰의 대체식량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동물행동' 2021년 1월호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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