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에서 기생충이 나와요”...알고 봤더니 놀랍게도 '이것!'

  • 남주원 기자
  • 2020.12.29 10:49
완숙 수컷 내장기관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뉴스펭귄

최근 “오징어에서 기생충이 나온다”라는 괴이한 소문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과 올해 오징어 어획량 증가로 일반 가정에서도 오징어를 구입해 직접 요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그런데 "성숙한 수컷 오징어의 내장을 손질하다가 기생충이 있어 못 먹겠다"와 같은 글이 온라인에 다수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저정낭에서 빠져 나온 완숙된 정협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뉴스펭귄
수컷 오징어의 정협 확대 사진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뉴스펭귄

29일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이 소문에 대해 “대부분의 경우 기생충이 아니라 수컷 오징어의 정자덩어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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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오징어 내장을 손질하다가 발견한 툭 튀어 나온 '이것'의 정체는 기생충이 아니라 수컷 오징어의 정자덩어리, 즉 ‘정협(精莢, spermatophore)’이다.

교접활동 후 암컷의 구강막에 부착된 정액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뉴스펭귄
구강막(입주변)의 정액 확대 사진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뉴스펭귄

수컷 오징어의 정협은 이들의 번식전략 중 하나로, 살짝만 건드려도 터져버리는 독특한 생물학적 구조를 하고 있다.

연구소 측은 "오징어를 비롯한 두족류의 수컷은 '교접완(交接腕, hectocotylized arm)'이라고 하는 생식기관을 이용해 자신의 체내에서 성숙한 정협을 꺼내 암컷의 입 주변 구강막에 정자를 부착시킨다"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흔히 다리로 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교접완이다.

정협에서 정자주머니가 터져나오는 반응 (영상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뉴스펭귄
정협에서 정자주머니가 터져나오는 반응2 (영상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뉴스펭귄

이때 정협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마찰 또는 생리화학적 반응으로 캡슐 내부 스프링 구조물이 작동하면서 얇은 막에 싸인 정자 덩어리가 터져 나오게 된다고 동해수산연구소는 전했다. 이 덩어리들은 암컷의 구강막에 계속 붙어 있다가 1~2개월이 지나면 산란 시 암컷의 난과 수정한다.

최광호 국립수산과학원 독도연구센터장은 “수컷 오징어 정협의 모양새가 얼핏 보면 기생충으로 보여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면서 "소비자들의 궁금증이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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