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세계 100대 악성 외래종' 중 하나...어찌 된 일?

'생일이면 꼭 먹고 싶고 시험날이면 피하고 싶은'

푹푹 끓이면 끓일수록 깊은 맛이 더해지는 미역국. 미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한국의 정서에 녹아있는 식재료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토록 사랑받는 미역이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 중 하나인 사실을 알고 있는가?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미역을 퇴치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불리는 미역의 수식어는 일명 '바다의 잡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바로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채운 '선박평형수' 때문이다. 

선박평형수는 '밸러스트수'라고도 불리는데 말 그대로 선박에 바닷물을 채워 좌우 균형을 맞추고 무게중심을 아래로 유지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국제해사기구(이하 IMO)는 화물 적재량의 30%를 선박평형수로 채울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최근 선박평형수가 새로운 생태계 교란범으로 지목됐다. 

대개 선박은 출항하는 항구에서 바닷물을 넣고, 목적지에 도달하면 이를 비우고 다시 채우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때 바닷물 속에 있던 조류나 패류가 함께 이동하는 것이다. 

IMO에 따르면 선박평형수로 이동하는 바닷물은 연간 100억t에 달하며, 7000여 종의 해양생물이 평형수에 실려 이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갑작스럽게 새로운 환경에 노출된 해양생물은 대부분 적응하지 못해 죽어버리지만, 이중 3%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생태계를 교란하고 해당 국가 연안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미역'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침입종에 대한 전문가 그룹(ISSG)는 세계 침입종 데이터베이스(GISD)의 일환으로 세계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을 선정했는데 여기에 미역(Undaria pinnatifida)을 포함시켰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이하 NOAA)은 미역을 해양 및 해양 생물 다양성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외래종으로 미역을 지정하고 꾸준한 관찰 및 제거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NOAA에 따르면 미역이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 건 2000년대 초반으로,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Santa Barbara) 항구에서 목격됐다.  당국은 미역이 선박평형수를 통해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다. 

NOAA는 "미역의 번식력이 매우 강하고 가라앉는 경향이 있어 제거하기 쉽지 않다"고 말하며 "토착종 생태계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외래종이 갑자기 생태계에 유입될 경우 자연 포식자가 없어 토착종보다 자원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NOAA는 몇 년간 매달 잠수부를 동원해 캘리포니아 몬트레이 항구에서 미역을 제거하려 시도했고, 피셔맨스 와프(Fisherman’s Wharf)에서도 항구와 선박에 붙은 미역을 떼어내려 인력을 동원했으나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미역이 미국 연안에 어떠한 '해를 끼치는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엄청난 번식력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당국에서 계속 이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IMO는 2004년부터 국제 선박 평형수 관리협약(BWTS)을 체결해 관리에 나섰다. 협약에 따라 외국으로 입항하는 모든 선박은 수심 200ｍ 이상 공해에서 선박평형수를 교환하거나 선박평형수에서 해양 생물을 사멸하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동해에 지중해 연안에 사는 번식력이 강한 유럽산 따개비들이 발견돼 선박평형수를 통한 외래종 유입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한편 몇 해전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찍힌 미역이라는 사진은, 미역이 아닌 '자이언트 캘프(giant kelp)로 밝혀졌다. 태평양 연안에 서식하는 거대 갈색 조류(藻類)로 길이 60cm 이상씩 자라며 광대한 해중 숲을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