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돌고래 '피부병'을 일으킨다"

  • 홍수현 기자
  • 2020.12.23 14:53

기후위기로 인해 돌고래에게 '민물'에서 발생하는 피부병이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해양포유동물센터와 오스트레일리아 머독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최근 돌고래 사이에서 유행하는 치명적 피부질환이 강력한 태풍, 허리케인 이후 바닷물 염도가 낮아지며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국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플로리다, 텍사스와 호주에서 돌고래한테  민물에서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궤양성 피부염'이 집단으로 발생한 현상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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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에게 생긴 궤양성 피부염 (사진 사이언티픽 리포츠)/뉴스펭귄

궤양성 피부염은 지난 2007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폰처트레인 호수의 큰돌고래(Tursiops truncatus)로부터 처음 발견됐다. 연구팀은 폰처트레인 호수의 지리적 환경과 최근 기후 변화를 살펴봤을 때, 호수가 멕시코만 끝자락에 위치했고, 지난 2005년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풍 중 하나로 꼽히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동부를 강타했을 때 미시시피강이 흘러넘치고 홍수가 발생하며 돌고래가 우연히 호수 안에 갇힌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해 10월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 깁스랜드 호수 지역에서 병코돌고래(Tursiops australis) 3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는데 이 중 두 마리는 광범위한 궤양성 피부염을 앓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2009년 호주 스완-캐닝강 유역에서도 피부병을 가진 남방큰돌고래(Tursiops aduncus)가 연이어 발견됐다. 

(사진 사이언티픽리포츠)/뉴스펭귄

이들 돌고래가 발견된 곳은 주로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 인근이었는데,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바닷물 염도가 평소 30ppt(1조분의 1) 이상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5ppt 이하로 급격히 낮아진 뒤 돌고래들의 피부병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돌고래들은 온몸의 70%가 하얀색으로 변색되기도 하고, 곰팡이·세균에 감염돼 노란색, 오렌지색, 녹색등 얼룩덜룩한 반점으로 번졌다. 

앞서 본 돌고래들은 모두 강 하구와 밀접한 지역에 사는 돌고래였는데, 허리케인이나 사이클론 같은 강한 폭풍 등에 강수량이 크게 늘어났을 때 연안 바닷물이 갑작스럽게 담수화 돼버리고 또 이런 일이 빈번하게 오랜 시간 계속되자 결국 피부병이 발병한 것이다. 실제 허리케인 하비와 카트리나 같은 슈퍼 허리케인이 발생하면 담수 상태가 몇 달씩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카트리나와 비슷한 강력한 허리케인 또는 폭풍은 더욱 자주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결국 돌고래에게도 더 심각한 피부병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을 이끈 해양포유동물센터 수석병리학자 패드레이그 디그낸(Pádraig J. Duignan)은 "해수온 상승은 전 세계 해양포유동물한테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발견은 서식지가 훼손되고 파괴될 위험에 놓인 연안 돌고래를 보호할 방안을 찾는 데 단서가 될 것"이라 말했다.

연구는 지난 15일 과학전문주간지 '네이처'가 발행하는 온라인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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