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00년 된 침몰선에서 발견된 '코끼리 상아'가 전하는 메시지

  • 임병선 기자
  • 2020.12.22 11:25
(사진 National Museum of Namibia)/뉴스펭귄

5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바다에 잠겨 있던 침몰선에서 발견된 상아를 연구한 결과, 과거 조직적 상아 무역 정황이 드러났다.

최근 미국 일리노이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나미비아 국립박물관 등 연구진은 오래된 침몰선에서 발견된 코끼리 엄니의 유전자 분석 결과가 담긴 논문을 과학 학술지 커런트바이올러지(Current Biology)에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숲 코끼리(학명 Loxodonta cyclotis)가 과거 조직적 상아 무역의 대상이 됐음을 규명했다.

침몰선은 포르투갈 국적의 봄 지저스(Bom Jesus)호로 알려졌으며 487년 동안 잠겨 있다가 2008년 나미비아 해안에서 발견됐다. 1533년 아프리카를 떠나 인도로 가던 중 침몰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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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침몰선에서 발견된 100여 개 상아 중 44개에서 DNA를 추출해 대부분 아프리카 숲 코끼리의 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상아는 연구진을 놀라게 할 정도로 대부분 온전히 보존된 상태였는데 침몰 당시 배에 함께 실려 있던 구리와 납 주괴 등이 상아를 해저에 잠기게 만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상아가 해저 토양에 덮여 깎여 나가거나 부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콩고 누아발레느도키 국립공원에서 포착된 아프리카 숲 코끼리 (사진 Thomas Breuer - 위키미디어 커먼스)/뉴스펭귄

연구진은 배에 실려 있는 상아의 DNA를 이용해 코끼리 개체군을 분석한 결과, 코끼리들은 살아 있을 당시 서아프리카 지역에 분포했던 서로 다른 17개 무리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무리 코끼리만 사냥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상아 무역이 서아프리카에 살던 여러 공동체가 상아 공급에 관여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아프리카 숲 코끼리는 콩고 등 서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종으로, 아프리카 전역에 개별적 개체군을 이루고 사는 아프리카코끼리와 유전적으로 분리됐다. 다른 코끼리 종과 비교해 크기가 작은 편이다.

아프리카 숲 코끼리는 상아를 노린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인해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취약(VU, Vulnerable)종에 분류된 멸종위기종이다. 멸종 위협이 시작된 뒤 과거 개체수의 4분의 1만 남았으며, 17개였던 무리는 4개로 줄었다고 알려졌다.

다만 연구진은 선박을 운영하던 포르투갈 상인이 서아프리카 여러 항구를 돌아다니면서 상아를 수매했는지, 혹은 한 항구에 여러 지역의 상아가 모여들 만큼 아프리카 내에서도 상아 무역이 발달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상아에 포함된 탄소, 질소 등 원소를 분석해 해당 엄니의 주인인 코끼리가 살아있었을 당시 생활상도 일부 추측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 아프리카 숲 코끼리는 원래 숲에 살았으나,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로 사바나까지 밀려났다는 것이 과학계 정설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아프리카 숲 코끼리는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 이전에도 사바나에 사는 코끼리와 섞여 살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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