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 굴렸더니...' 국내 연구진 손 끝에서 100년 만에 탄생한 신기술

  • 남주원 기자
  • 2020.12.17 08:00
실제 암모니아 생산에 사용된 쇠구슬(A)과 암모니아 생산(볼 밀링) 장비(B)쇠구슬의 탄성이 우수해 지속적으로 기계적 에너지를 이용한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사진 '울산과학기술원' 제공)/뉴스펭귄

국내 연구팀이 100년간 이어져온 암모니아 생산 공정을 대체할 신기술을 개발했다.

산업현장에서 두루 쓰이는 암모니아는 섭씨 400~500도의 고온과 수심 약 2000m 깊이의 높은 압력에서 합성된다. 그런데 '작은 쇠구슬을 굴리는 것'만으로 암모니아를 만드는 신기술이 공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하 울산과기원) 에너지화학공학과 백종범 교수 연구팀은 작은 쇠구슬들이 부딪히는 물리적인 힘으로 기계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일명 '볼 밀링법(Ball-milling)'을 통한 암모니아 생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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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지난 14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암모니아(NH3)는 비료·폭발물·플라스틱·의약 등 제조에 사용되는 세계 10대 화학 물질 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억 4000만 톤의 암모니아가 생산된다. 최근에는 수소 연료의 저장체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으나 암모니아 제조 공정은 여전히 100여 년 전 고안된 '하버-보슈법(Haber-Bosch process)'에 머물고 있던 터였다.

볼 밀링법(Ball-milling)을 통한 암모니아 생성 과정 모식도. 철가루가 볼 밀링 과정 중 생긴 충돌로 인해 활성화된 후, 주입된 질소가스·수소가스와 만나 암모니아를 형성한다. 파란색 구조체는 쇠구슬이 굴러가는 통속에 포함된 철가루 입자다. 왼쪽 그림은 철가루가 충돌에너지에 의해 활성화된 상태를 나타낸다 (사진 '울산과학기술원' 제공)/뉴스펭귄
볼 밀링(Ball-milling)법을 통한 암모니아 생성과 이를 고체 형태(암모늄염)로 수득하는 과정. 생성된 암모니아 가스가 HCl과 결합해 고체상태의 ‘암모늄염’을 얻을 수 있다  (사진 '울산과학기술원' 제공)/뉴스펭귄

이번에 개발된 신기술은 용기에 쇠구슬과 철(Fe)가루를 넣고 회전시키면서 질소기체(N2)와 수소기체(H2)를 차례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빠르게 회전하는 쇠구슬에 부딪혀 활성화된 철가루 표면에서 질소기체가 분해되고 여기에 수소가 달라붙어 최종 생성물인 암모니아가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이 방식을 이용해 저온·저압 조건인 섭씨 45도 및 1바(bar, 압력의 단위)에서 82.5%의 높은 수득률(yield)로 암모니아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암모니아 생산 공정인 하버-보슈법 대비 200분의1 수준 압력과 10분의1 수준 온도에서 3배가량 높은 수득률을 얻은 것이다.

설명에 따르면 하버-보슈법의 경우 450도와 200바에서 약 25%의 수득률로 암모니아를 얻을 수 있다. 수득률은 반응물에서 생성물을 얻는 효율로 수득률이 높을수록 경제적이다. 

암모니아를 고체염으로 얻은 후 무게를 측정하는 과정 (영상 '울산과학기술원' 제공)/뉴스펭귄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복잡하고 큰 설비 없이 필요한 위치에 바로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암모니아 가스를 액화해 운송하거나 저장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촉매로 쓰이는 철가루도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또한 기존의 하버-보슈법과 달리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인류가 배출하는 전체 이산화탄소 중 약 3%가 하버-보슈법을 이용한 암모니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백종범 교수(가운데) 연구팀 (사진 '울산과학기술원' 제공)/뉴스펭귄

백 교수는 “100여 년 된 암모니아 생산 공정의 각종 단점을 보완하는 간단한 암모니아 생산 방식을 개발했다”며 “암모니아를 고온·고압 설비 없이 각종 산업 현장에서 즉시 생산할 수 있어 저장·운송에 쓰이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암모니아는 최근 수소 에너지 저장체로 각광받으며 그에 따른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울산과기원은 앞서 지난 1일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일산화질소를 그린 수소 저장체로 활용 가능한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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