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사랑했는데...홀아비 '마젤란 펭귄'이 유독 많은 이유

  • 권오경 기자
  • 2019.01.21 16:38

'3배 더 많이 죽는' 암컷 마젤란 펭귄, 이유 찾았다
매년 수천마리 남아메리카서 폐사···수컷과 다른 이동경로가 원인

일본과 아르헨티나 과학자들이 매년 남아메리카 연안에 떠올라 죽는 마젤란 펭귄 수천마리 중 75%가 암컷인 이유를 밝혀냈다.(사진 pixabay)/뉴스펭귄

일본과 아르헨티나 과학자들이 매년 남아메리카 연안에 떠올라 죽는 마젤란 펭귄 수천마리 중 75%가 암컷인 이유를 밝혀냈다.

마젤란 펭귄의 이같은 ‘성 불균형’ 죽음 뒤에 숨은 이유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암컷이 수컷보다 북쪽으로 더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마젤란 펭귄은 2월 파타고니아에서 알을 낳은 후 남은 겨울 동안 먹이를 구하러 이동한다. 이 이동 과정에서 매년 수천마리의 펭귄이 다치거나 기름을 잔뜩 묻힌 채 해안에 떠밀려와 목숨을 잃은 상태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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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젤란 펭귄(사진 wikipedia)/뉴스펭귄

학술지 큐렌트바이올로지에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암컷 사체가 수컷보다 3배 많이 발견된다. 이는 암컷과 수컷이 서로 다른 경로를 택해 이동하기 때문이다. 수컷이 우루과이 해안 정도까지만 먹이를 구하러 북상하는 반면, 암컷은 브라질 연안까지 이동해 더 긴 여정을 감내한다.

일본과 아르헨티나 과학자들은 2017년 8마리의 수컷과 6마리의 암컷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펭귄들이 아르헨티나 남부 추부트주에 있는 카보도스바이아에서 알을 낳은 후 어디로 이동하는지도 알아냈다.

성별 경로 선택의 차이는 먹이 경쟁을 피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신체적 차이에서도 기인한다. 수컷은 암컷보다 몸이 커 더 깊게 잠수할 수 있지만 암컷은 도달할 수 있는 깊이에 한계가 있다.

해수 온도도 이들의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 수컷에 비해 무게가 가벼운 암컷 펭귄들은 따듯하고 얕은 바다를 선호한다. 해류에 휩쓸릴 걱정을 덜기 위해서다.

과학자들은 마젤란 펭귄의 조난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도 파악중이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자 이들의 수영 경로도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안에 떠밀려와 생을 마감한 펭귄들의 건강 상태는 전부 악화된 상태였다. 왜 펭귄이 해안에 죽은 채로 떠밀려 오는지에 대해 공동연구자인 타카시 야마모토와 그의 동료들은 북쪽으로 더 헤엄쳐 이동하거나 흩어져 있는 먹이를 잡는 데 수컷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아르헨티나 국립 파타고니아 센터의 플라비오 퀸타나 박사는 “먹을 것을 충분히 구하지 못한 펭귄들이 해변에 떠밀려와 목숨을 잃는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 낚시 장비로 인한 상처, 해양오염 등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야마모토는 “마젤란 펭귄의 위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견된 적도 있다”면서 “불균형적 성 비가 종국에 개체수 감소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수컷과 암컷이 이동기간 중 서로 다른 여정을 택한다는 것을 알아내 유독 암컷 펭귄의 사체가 많이 발견되는 이유를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야마모토는 “마젤란 펭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번식기가 지난 후 펭귄 행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성비 불균형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며 “물론 이번 발견이 펭귄을 죽음으로부터 구하는데 도움이 되진 않지만 인간이 펭귄에게 가하는 위협을 줄이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다. 해양보호구역 등 개체 보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안에 죽은 채로 떠오르는 펭귄 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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