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레만 도려낸 채 버려지는....'바다의 코카인' 토토아바

  • 홍수현 기자
  • 2020.12.17 08:00

"살아있는 물고기에서 부레만 떼어낸 뒤 그대로 버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물고기의 '부레'는 아주 고가에 거래되고 몸통은 부피가 큰 데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레를 잃은 물고기는 물 밑으로 서서히 가라앉으며 목숨을 잃는다"

멸종위기종 '토토아바(totoaba)'가 포획되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1992년 멕시코에서 그물에 바키타(아래)와 토토아바가 한꺼번에 잡혀 올라왔던 모습을 기록해두었다 (사진 NOAA)/뉴스펭귄

토토아바는 멕시코 캘리포니아만에서만 발견되는 민어로 몸길이 최대 2m, 무게는 100kg까지 자라는 대형 어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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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토토아바의 부레가 정력과 불임에 좋고 관절염, 산통에도 좋으며 피부 질환을 해결할 수 있다는 등,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는 이미지로 잘못된 정보가 퍼지며 가격이 치솟았고 포획량도 급증했다. 

이에 토토아바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며 1975년부터 상업적 어업과 거래를 중지시켰지만, 남획은 근절되지 않았다.

토토아바 부레 1kg은 국제 암시장에서 평균 1만 달러(한화 약 1091만 원)에서 5만 달러(한화 약 5458만 원)를 호가한다. 과거 한때 마약 중 하나인 코카인과 팔리는 가격대가 비슷하다 하여 '바다의 코카인'이라는 씁쓸한 별명을 얻게 됐다. 

부레만 배에 숨기고 나머지 부분은 바다에 버린 뒤 손질한 부레만 조금씩 나누어 배송하는 점도 마약과 비슷해 '바다의 코카인'으로 계속 불리게 됐다. 

밀거래 도중 적발돼 압류된 토토아바 부레 (사진 멕시코 법무장관실)/뉴스펭귄
토토아바 부레 (사진 바이두캡처)/뉴스펭귄

이처럼 무분별한 포획 탓에 결국 토토아바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이하 IUCN) 적색목록 위급종(CR, Critically Endangered)에 올랐으나, 여전히 암시장에서 고가에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일부 중국 가정에서는 '부의 상징'으로 토토아바 부레를 진열해 놓기도 하며, 홍콩 일부 지역에서는 결혼식 선물로 각광받는다고 알려졌다. 

판다처럼 눈가에 검은 반점이 있어 '바다의 판다'로 불리는 바키타돌고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토토아바를 잡기 위해 달려들며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바키타돌고래(Vaquita)'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어부들은 토토아바를 잡기 위해 저인망 그물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토토아바보다 몸집이 더 작은 바키타돌고래까지 속수무책으로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바키타돌고래는 흔히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돌고래'로 알려졌으며 몸길이는 최대 1m 50cm까지 자란다. IUCN 적색목록이 정한 '멸종위기종'(EN, Endangered)으로 2020년 바키타복구국제위원회(CIRVA) 발표에 따르면, 현재 남아있는 야생 바키타 돌고래는 약 10여 마리 뿐이다. 

세계자연기금(WWF)를 비롯한 각종 환경단체, 동물단체, 국가는 멕시코 정부에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고 이에 멕시코 정부는 지난 2015년, 토토아바와 바키타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산 펠리페(San Felipe) 앞바다 1300㎢를 조업 금지 구역으로 설정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지만,여전히 불법 어획은 성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오는 2021년 바키타돌고래는 멸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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