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핵폐기물 바다에 버렸을 때...일본이 보였던 반응

  • 홍수현 기자
  • 2020.12.11 15:17

일본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방안을 고수하는 가운데 과거 일본의 행적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93년 러시아 해군은 방사성 폐기물 투기 전용선을 이용해 자국의 액체성 방사성폐기물 약 900t을 블라디보스토크 남동쪽 190㎞ 지점 동해상에 버렸다가 발각됐다. 

당시 한국은 물론이고 그 어느 나라보다 러시아에 격분한 국가 중 하나가 일본이다. 일본 국민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스시를 먹게 됐다"며 분노에 들끓었고 일본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 몰려가 연일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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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는 방류한 핵폐기물이 원자력 잠수함 수리용 조선소에서 생긴 저준위의 방사성 폐기물로서 몇큐리의 소량에 불과해 환경문제는 전혀 없다고 항변했다. 러시아와 일본은 모두 1972년 체결된 해양오염 방지협약 즉 '런던협약'에 가입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본은 강경한 자세를 이어갔다. 한국은 1992년 가입해  1994년이 되서야 가입국으로써 효력이 생겼다. 

(사진 Flickr)/뉴스펭귄

일본은 즉각 핵폐기물 방류를 중지할 것을 요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煕) 전 일본 총리는 보리스 옐친(Boris Yeltsin) 러시아 대통령을 도쿄로 초대해 양자회담을 연 뒤 양국이 이를 위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공동조사'를 하기로 이끌어냈다. 당시 일본은 러시아 측에 방사성 폐기물 방류는 이웃 국가는 물론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이 회담을 마치고 러시아 대통령이 일본을 떠난 다음 날, 러시아는 비밀리에 또 한 번 핵폐기물 방류를 하다 잠복 중이던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적발됐다. 대통령이 돌아간 지 하루 만에 이런 일이 다시 발생했다는 사실에 일본 열도는 엄청난 분노에 휩싸였고 반러감정이 심화됐다. 

런던협약은 93년, 96년 등 몇 차례 개정되며 해상폐기물에 대한 보다 강력한 규제를 만들어나갔는데 이에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렀음은 당연지사다. 

1993년 런던협약 개정안에서는 부속서를 개정하여 모든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했다. 1996년 개정의정서는 런던협약을 전면적으로 개정하여 폐기물의 해양투기 금지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투기를 허용하도록 조항을 바꿨다. 

후쿠시마 원전 전경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이후 25년이 지난 2020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를 더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핑계로 해양에 방류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 측은 오염수를 정화 처리해 바다로 흘려보내겠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의 오염수 처리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110만t을 조사한 결과 70%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제주도까지는 단 200일, 동해까지 280일, 340일이면 동해 전체를 뒤덮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8일 우리나라 외교부 주최로 '해양법 국제학술회의'가 이틀에 걸쳐 열렸으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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