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피셜 지오그래픽] ⑩ 히말라야 동쪽 낙원, 윰탕 밸리 가는 길_두 번째
- 남준식 객원기자
- 2020.12.10 08:00
윰탕 밸리는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짙게 물들었다. 왜 단풍하면 그저 한국 밖에 떠오르지 않았던 걸까! 계절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에도 존재하는 단풍을! 너무 오래도록 같은 곳에서 같은 것들만 보고 자라 퍼즐의 한 조각을 퍼즐의 전부로 인식하고 있는 내가 아닌가 생각했다. 짙어진 색채만큼이나 물에 젖은 이끼가 발산하는 향기는 그윽했다. 내가 조향사였다면, 그 순간의 감각을 포집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한 예민한 직업이 아닌 것을 한편 다행으로 생각했다.
'꽃의 계곡'으로 더 알려져 있는 윰탕. 봄이 되면 2월부터 6월까지 무수한 꽃이 계곡을 무지개빛으로 뒤덮는다고 한다. 특히 이곳에서 양귀비가 피어난다는데... 이런 곳에서 자란 양귀비는 과연 어떠한 존재일까, 어떻게 생겼을까 싶었다. 이렇게 조용한 곳에선 아무도 모르게 자라 아무도 모르게 자연사하겠지. 신적인 관점에서는 분명 모두 존재하겠지만, 내가 너의 존재를 모르면 나한테 너는 없는 것이고, 너가 나의 존재를 모르면 너한테 나는 없는 것이니, 우리네 인간사 또한 그렇게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인연들이 넘쳐날 것을 생각하면 막연히 슬퍼지기도 했다.
윰탕 밸리가 엄청나게 아름답다거나 신비롭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나도 사실은 지상낙원 따위를 바라고 온 건 아니니까. 그런데 왜 왔냐고? 그야 내가 오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것을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이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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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우리는 좋아하는 것에 자꾸만 이유를 대려고 한다. '그거 해서 뭐할 건데?', '허튼 짓 하는 거 아냐?' 등등. 아니면 좋아하면 안 되는 이유를 찾으려고 하거나. '돈이 안되니까', '때가 아니잖아' 등등. 남이 정해놓은 기준에 나를 맞추는 것이다.
그런데 꼭 행복해서 웃어야만 할까? 웃어서 행복할 수도 있다. 좋아하는 것에 쏟는 시간과 비용은 낭비라고 하지 않는다. 반면에 좋아하지 않는 것은 보상이 따라준다고 해도 좋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확실히 가려내지 못하는 것은 나중에 가서 방황하게 될 여지가 다분하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까지 좋아하는 것들을 찾는 여행을 해온 것이고, 앞으로도 주욱 그럴 참이다. 적어도 내가 닮고 싶은 사람들은 그랬으니까. 물론 그 길은 하나같이 외로웠다고 하지만,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했을 때 얻어지는 능력 또한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즐거움일 테다.
사실 내가 지리를 빙자하여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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