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양법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막을수 있을까

  • 홍수현 기자
  • 2020.12.08 17:58

일본이 조만간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우리나라 외교부 주최로 제5회 해양법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언론이 크게 다루지 않은 탓에 일반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 않은 채 ‘조용히’ 개최됐다. '유엔 해양법협약 상 지역협력 및 해양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인 만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문제가 마땅히 다뤄졌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문제가 어떻게 논의됐을까?

외교부 주최로 지난 3~4일 열린 '제5회 해양법 국제학술대회'(사진 외교부 제공)/뉴스펭귄

 

실상1. ‘팥소없는 찐빵’, 해양법 국제학술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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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주최하고, 대한국제법학회·국제해양법재판소가 공동 주관한 이번 회의는 지난 3~4일 이틀간 대면·비대면 혼합방식으로 열렸다. 주요 참석자는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박덕영 대한국제법학회장, 백진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前소장), 토마스 하이다 ITLOS부소장을 비롯한 4명의 재판관 등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온·오프라인을 통해 최대 200명 이상이 동시에 접속한 가운데 ‘성공리’에 진행됐다.

함 조정관은 축사에서 “인간이 그어놓은 해양의 경계는 자연 앞에서는 무의미한 만큼 해양환경보호를 위해 국가들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회의가) 국제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백 재판관은 기조연설에서 “국제해양법상 모든 국가는 다른 국가의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보장할 구체적인 의무 또한 부담함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두 5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국제해양법의 최신 현안과 과제들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하지만 해양오염과 관련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가장 뜨거운 현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연합뉴스 보도 12.07.19:08)

우리나라가 예산을 들여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서도 정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이슈는 빠진 것이다. 이번 회의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다.

 

실상2. 외교부, ‘말의 성찬’만 요란하다?

최근 일부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추가 정보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 정부,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변국 등을 대상으로 대외접촉을 하면서 일본 정부가 '언제 어떻게 얼마나 버릴지' 등에 대한 정보 공유를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외교부 당국자가 “우리 정부는 일본의 (방류)계획이 안전할 지 여부에 대해 판단을 위한 정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국제법에 기반한 것이고 이는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른 권리”라고 설명했다고 7일 보도했다. 

이런 보도들은 앞선 해양법 국제학술회의 직후에 나왔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 4명이나 참가한 국제학술회의에서는 정작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회의 며칠 뒤에 익명의 관계자가 등장해 일본 정부를 압박이라도 하는 듯이 말하는 이유는 무얼까?

파괴된 후쿠시마 원전(사진 도쿄전력 홈페이지 투어영상 캡처)/뉴스펭귄

 

실상3. 주변국의 지원 없는 ‘나홀로 싸움’=외교력의 한계?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데 대해 미국, 중국 등은 다소 무덤덤한 반응이라고 한다. 보도를 종합하면 우선 미국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해양오염 가능성에 대해 2014~15년 광범위하게 연구한 결과 환경과 보건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기준치 이하) 결론내렸다. 원전사고 직후에 태평양으로 쓸려간 오염수의 영향이 심각하지 않다면 나름대로 ‘정화된’ 오염수의 영향은 훨씬 작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미국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

중국의 경우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해 구체적인 검증도, 이렇다 할 반응도 없다.

따라서 미국 중국 등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우군을 많이 확보해서 일본을 압박, 우리가 원하는 걸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외교력. 그런 면에서 우리 외교부의 능력에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실상4. “바다는 방사성 쓰레기장 아니다”…런던협약 개정 이끌어낸 일본

1993년 10월 러시아는 핵잠수함의 핵폐기물을 바다에 방류했고, 일본의 거센 반발을 샀다. 당시 러시아는 핵폐기물 저장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유일한 해결책이 해양 방류였는데, 장소가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해역이었다. 

일본 열도는 “방사능 생선회를 먹게 됐다”며 들끓었다. 당시 러시아측은 “핵폐기물의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맞춰 이미 국제원자력기구에 서면통고를 마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본은 “바다는 방사성 쓰레기장이 아니다”며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변국들과 다자간 협의를 진행했고, 세계 정상들을 설득해 방사성폐기에 관한 국제협약(런던협약)을 개정하는데 성공했다. 런던협약은 비행기나 선박에서 나오는 쓰레기 투기를 규제하기 위한 국제협약으로, 일본의 주도하에 ‘투기 허용, 특정물질 금지’에서 ‘투기 전면 금지, 일부 물질 허용’으로 바뀌었다.

러시아의 핵폐기물 해양 투기에 앞장서서 반대하고 국제사회의 공조까지 이끌어낸 일본. 이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려는 일본에 맞서 ‘최소한의 정보공유’도 이끌어 내지 못하는 한국.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저장탱크(사진 도쿄전력 홈페이지 투어영상 화면캡처)/뉴스펭귄

 

실상5. 후쿠시마 오염수, 이래서 위험

후쿠시마 제1원전의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려면 끊임없이 냉각수를 투입해야 한다. 이렇게 핵연료 등을 식히는데 사용된 물은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인데, 하루 140t 정도가 생긴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자인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이용, 오염수에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뒤 이를 ‘처리수’라고 부른다. 이 과정을 거친 오염수는 원전 내 저장탱크에 보관중이다. 지금까지 123만t이 넘으며, 더 이상 저장할 탱크가 없어지게 되면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이다. 대략 1년 반 쯤 뒤인 2022년 여름쯤으로 예정하고 있으며, 그때 방류할 오염수는 137만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정부는 약 30년에 걸쳐 방류할 계획이다.

문제는 알프스를 통해서도 제거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 ‘처리수’에 포함돼 있어 여전히 오염수라는 점이다. 그린피스 코리아(동아시아 서울사무소)에 따르면 알프스로 처리한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뿐 아니라 탄소-14라는 방사성 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채 존재한다. 탄소-14는 반감기가 5370년인 고위험 핵종으로 생물에 쉽게 축적된다. 일본 정부가 알프스 2차 처리를 통해 방사성 물질 농도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화학적 특성으로 인해 정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그린피스의 설명이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전문가는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위험한 수준의 탄소-14가 오염수에 함유된 사실을 일본 시민과 한국, 중국 등 이웃 국가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 핵종들이 바당에 방류되면 생물의 유전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수천 년 동안 바다에 큰 위험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의 핵연료와 폐기물 1100여t를 다 ‘처리’하려면 수백년이 걸릴 수도 있다. 우리의 앞바다가 자칫 방사성 저장고가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그린피스는 밝혔다.

“지난해 그린피스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계획을 전세계에 알린 뒤 한국 정부는 14개 이상의 정부 부처가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또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특별대응팀이 설치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거둔 성과는 알려진 바 없다.”(그린피스 코리아 홈페이지 보고서 인용)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해양환경에 미칠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가처분 형태)를 즉각 청구할 수 있다. 

상기하자면, 이번에 외교부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의 공동주관 기관이며, 4명의 재판관이 학술대회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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