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초국적 석유회사와 '역대급' 기후소송이 시작됐다

  • 홍수현 기자
  • 2020.12.07 08:00
쉘 사의 나이지리아 원유유출 사건에 항의하는 캠페인 (사진 Milieudefensie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전 세계 2위 규모의 초국적 석유회사 로얄더치쉘이 온실가스 배출 등 기후위기를 초래한 혐의로 법정에 선다. 

환경보호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Earth)' 네덜란드지부는 1일(이하 현지시간) "오랜 노력 끝에 로얄더치쉘(Royal Dutch Shell 이하 쉘)에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장을 전달했다"며 "헤이그에서 오는 12월 1일, 3일, 15일, 17일일 공청회를 연 뒤 법정에 서게 됐다"고 발표했다. 지구의 벗은 그린피스, 세계자연보호기금과 함께 세계 3대 환경보호단체 중 하나다.  

쉘은 1907년 설립한 영국-네덜란드 합작기업으로 석유 채굴에서 정제,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아우르는 최초의 통합석유회사다. 현재 전 세계 70개국에 9만 40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국제 석유업계의 빅3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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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영국 비영리기관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이하 CDP)'는 세계 10대 기후오염자(climate polluters)중 하나로 쉘을 꼽았다. CDP는 1988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 산업 온실 가스 배출량을 조사했는데, 단 25개의 기업이 온실가스총배출량의 5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중 쉘은 방출량이 가장 높은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지구의 벗은 CDP자료와 각종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쉘이 1854년에서 2010년 사이에 발생한 역사적 온실가스 배출에 약 2%가량 책임이 있다고 발표했다. 

(사진 Milieudefensie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쉘 측 대변인은 "회사는 '파리협약'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며 "기후위기는 법정이 아닌 건전한 정부 정책과 시민의식 개선을 통해 해결해가야 하는 복잡한 사회적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파리협약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로 195개국이 합의한 기후합의서약이다. 

이어 "지난 2015년 17억 달러(한화 1조 8431억)를 투입해 '재생 에너지 부서'를 별도로 만들어 풍력을 기반으로한 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하며 쉘이 펼치고 있는 각종 친환경 사업을 열거했다. 

그 중 하나가 쉘이 '자연 기반 솔루션'을 이름으로 내걸고 진행하고 있는 숲, 초원, 습지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다. 쉘은 지난해 향후 12년간 네덜란드에서 5백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을 것이라 발표했고, 호주 퀸즐랜드에는 800 헥타르에 달하는 멸종 위기에 처한 자생 산림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사진 Shell and Land Life Company 홈페이지)/뉴스펭귄

환경단체측은 쉘 측의 입장을 일명 '그린워시(Greenwash)'라 비판했다. 그린워시는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유해한 활동을 하면서 마치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광고하는 행위를 말한다. 

쉘은 온실가스 배출 외 나이지리아 원유유출, 가스폭발, 수질오염, 지역주민 탄압 등의 문제에 연루돼 있으며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채 수많은 소송에 휩싸여 있다. 

지구의 벗은 "쉘은 화석연료 개발이 기후위기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은 단 5%에 불과하다"며 쉘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유지될 수 있는 기회를 고의로 훼손하고 보호의무를 저버렸으며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유럽 인권 협약 제 2조 생명권과 8조 가정생활권을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이번 소송에서 지구의 벗이 승소할 경우 쉘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줄여야 한다. 카린 난센(Karin Nansen) 지구의 벗 국제본부 의장은 “반드시 승소하여 기후변화에 책임 있는 여러 기업에 법적 책임을 묻는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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