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호랑이도 백신이 필요해요" 멸종위험 최대 75% 감소

  • 홍수현 기자
  • 2020.12.02 14:50
(사진 야생동물보전협회 WCS)/뉴스펭귄

백두산호랑이에게 예방접종을 하면 멸종위기 위험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마틴 길버트(Martin Gilbert) 미국 코넬대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아무르호랑이(백두산호랑이)에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멸종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전략"이라고 '미국 국립학술보 회보' 최근호에 발표한 연구에서 밝혔다. 

'개홍역 바이러스(CDV)'는 밀렵과 서식지 파괴에 이어 또 하나의 멸종위협으로 떠올랐다. 개홍역은 전염성이 강한 열성 질환으로, 바이러스가 뇌까지 침투해 경련이나 혼수상태 등의 신경 증상을 일으킨다. 개홍역은 치사율이 매우 높고 개를 비롯해 여우, 늑대, 사자, 흰담비, 밍크, 스컹크, 너구리, 물개, 돌고래와 사향고양잇과 동물까지 전염 범위가 넓은 치명적인 질병이다. 단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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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반도에 살았던 호랑이와 유전적으로 동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져 백두산호랑이로도 불리는 아무르호랑이는 현재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동북지방에 500여 마리만 살아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개홍역 바이러스에 매우 취약한 상태로 노출돼있다.

실제 지난 2015년에는 아무르표범(한국표범)이 마을 근처로 내려와 근육 경련과 착란을 일으키는 등 개홍역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 사망한 사례가 있었고, 2010년과 2003년에는 공식적으로 아무르호랑이가 개홍역으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됐다. 이보다 앞선 1994년 아프리카 세렝게티에서는 사자 1000여 마리가 개홍역 때문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망한 사자는 전체의 1/3에 달했다. 

(사진 런던동물학회)/뉴스펭귄

연구팀이 연해주 인근 마을의 개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대부분 개가 개홍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 개들이 바이러스에 걸린 이유는 숲에 사는 '야생동물'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조사한 연구 결과로도 근거가 뒷받침됐다. 

공동 연구자인 나데즈다 술리칸(Nadezhda Sulikhan)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박사는 "호랑이가 사는 곳에는 17종의 포식자가 함께 산다"며 "너구리, 담비, 족제비, 오소리, 멧돼지 등이 가장 중요한 '바이러스 저수지'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개홍역 바이러스에 대한 경구용 백신은 개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끼 등에 백신을 섞어 야생동물에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연구진은 개홍역 바이러스로부터 아무르호랑이를 보호할 방법으로 "호랑이에게 직접 백신을 주사하자"는 방안을 내놨다. 현재 아무르호랑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적색목록에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아무르호랑이 보전단체 아무르호랑이 센터(Центра Амурский тигр), 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 등은 아무르호랑이 종 보존을 위해 위치 추적 목걸이를 채우는데 이때 백신을 주사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매년 2마리 만 백신을 맞는 다 치더라도 멸종위험은 현저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호랑이에게 직접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성공만 한다면 멸종을 일으킬 가능성을 거의 75% 이상 줄일 수 있다"며 "최소한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만큼은 개나 가축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보다 호랑이에게 직접 백신을 주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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