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인터넷언론대상 수상에 부쳐...뉴스펭귄의 미션을 되새긴다

  • 김기정/ 발행인
  • 2020.11.30 17:40
조너던 사프란 모어, 우리가 날씨다, 민음사 사진/뉴스펭귄

 

독일군 폭격기가 런던 상공에 새까맣게 떠 있다면?

기후위기를 다룬 서적 가운데 최근에 널리 읽히는 것으로 미국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Jonathan Safran Foer)의 ‘우리가 날씨다(We are the weather)’를 꼽을 수 있다. 책에서 포어는 왜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사람들은 알면서도 왜 행동하지 못할까?

그는 전쟁(2차 세계대전)을 예로 든다. 독일군의 폭격기들이 런던 상공을 선회할 때는 말할 필요도 없이 런던 시민들이 모두 전등을 끌테지만, 포격이 먼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런던 시민들이 ‘당연히’ 전등을 끄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 포격에 따른 위험은 머리 위를 빙빙 도는 독일군의 폭격기나, 먼 바다에서 불꽃처럼 터지는 함포의 포격이나 마찬가지임에도 말이다. 더 나아가 바다 건너 어딘가에서 포격이 있다면, 포격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조차 믿지 못할 수도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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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어는 이 예를 통해 기후위기를 저 멀리, 먼 바다 또는 바다 건너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비슷하다고 했다. 전 지구적인 위기를 으레 저기 멀리 있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포어는 이를 인식과 느낌의 간극 때문으로 파악한다. “우리는 실존을 뒤흔드는 위기와 그 위급함을 인식하지만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음을 알고 있을 때조차도 거기에 온전히 몰두하지는 못한다”고 통찰한다. 인식을 ‘아는 것’이라고 할 때 ‘느낌’은 무엇일까. 그는 ‘피부로 느낄 때까지’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마치 우리 행성의 파괴가 남의 일이라는 듯 굴면서 환경 위기를 피부로 느낄 때까지 손을 놓고 있다면, 모두가 매달려도 더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라고 포어는 경고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읽는 독자들도 여기까지는 모두 머리로는 ‘알고 있는’(인식하는) 얘기다.

 

'인식'과 '느낌'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까?

그렇다면 논의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두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 기후위기를 단순히 인식 수준에 그치지 않고 느끼도록 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어떻게 해야할까?) 둘째, 이 역할은 누가 주도적으로 맡아서 해야 할까? 

첫번째 논점은 그러나 답을 내놓기 쉽지 않다. 

우선은 아는 것과 (그러리라) 믿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지구고온화(global heating)가 진행중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이로 인해 지구상에 대멸종이 오리라고는 믿지 않는 것이다. 내가 뜻하지 않게 죽을 수도 있다고? 우리 아이가? 손자가? 갑자기 모두 다? 그것도 ‘고작’ 날씨가 더워져서?  더더구나 내가 초래해서 그랬다고?

원인이 되는 요인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나, 그 결과가 얼마만큼 끔찍할 지는 믿지 않으려는 것이다. 반신반의 또는 애써 외면하려 하고, 심지어 ‘내 생애에서 발생하지는 않을 일’이라고 무관심 모드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경향은 특정한 일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상당수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심리상태다. 바다 건너 어딘가에서 포격이 있든 말든! (기후위기가 과학적으로 조작됐다고 줄곧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리가 여기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따라서 이는 모르는 것과 같다고 포어는 지적했다. “알기는 했지만 믿지 않았다. 믿지 못했으니까 알지 못한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다음으로는 느끼도록 한다는 것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누구나 ‘현실적이며 직접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즉각 반응한다.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 시민들이 머리 위를 빙빙 날아다니는 독일군 폭격기로부터 받은 절체절명의 느낌이 바로 그런 것이다. 그 전까지의 느낌은 간접체험의 결과일 뿐이다. 특히, 기후위기처럼 추상적이고 다소 막연한, 긴박하게 진행되지 않는 위협을 간접적으로(미리) 느끼도록 하기란 한계가 있다. 우리가 타인의 슬픔을 기꺼이 나누는 통각(痛覺)과는 또 다른 층위의 감정이다. 

따라서 믿기지 않고, 당장 느낌이 없는 이 기후위기라는 위협이 실은 머잖아 닥칠 독일군의 공습과 같은 것이라고 느끼도록 하려면 전 지구적인 비상사태의 선포 밖에는 달리 해답이 없다.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는 현재 진행형의 대재앙이라는 경고를 국민들에게 명확하고 단호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이대로라면 100~200년 안에 여섯번째 지구 대멸종의 시작은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위협이라는 점을 피부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등화관제에 시큰둥한 시민들에게 도버해협 상공을 건너기 시작한 독일군 폭격기들의 굉음을 들려주는 식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수호해야 하는 국가의 첫번째 임무다. 

하지만 한국 정부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이 지상의 임무에 되레 소홀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민들이 알지만 믿지 않으려는, 믿지 않는 위협을 굳이 느끼도록 할 이유가 그 정부들에게는 없다. 특히 경제를 희생하면서, 그래서 다음 집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은데도, 기후위기의 공습사이렌으로 울리고 이를 막겠다고 산업계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압박하고 석탄발전소를 퇴출하지는 않는다.

 

'인식'과 '느낌'이 같도록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차원에서 볼 때, 두번째 논점은 첫번째 논점 보다 오히려 중요하다. 강제력을 쥐고 있는 정부가 느끼도록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한국 정부를 비롯한 많은 나라(정부)에서 정부는 지극히 수동적이다. 결국 핵심은 이런 정부를 압박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강제력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는데로 귀결된다. 누가 할 것인가?

그 역할의 적임자로 환경시민단체를 우선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이른바 ‘힘 있는’ 환경시민단체들은 정부와 거의 같은 라인에 서 있다. 정부를 압박할 만한 규모의 단체들 가운데는 이런 기후위기 이슈가 제기될 때 침묵하곤 하는 곳이 많다. 정부로부터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을 지원받는데다, 기업(산업체)으로부터 기부받는(?) 후원금 역시 두둑하다. 이런 단체들이 정부가 정말 하기 싫어하는 일, 기업체들이 끔찍하게 여기는 일, 기후위기 사이렌을 울리라고 정부를 밀어붙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단체들은 석탄발전의 퇴출을 지연하는 정부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도 입조차 뻥긋하지 않는다. 기후위기의 미래를 생각해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이런 단체들이 '환경팔이'를 하며 배를 불리는 것이 작금의 현실임에야. 

그렇다면 늘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에 서서 정부더러 하루빨리 비상사태를 선포하라고 외치고 시위하고 체포당하기를 반복하는 환경시민단체(활동가)들은 어떤가? 이들의 활동은 때로 눈부시기 조차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부를 움직일 추동력은 강하지 않은게 사실이다. 물론 스웨덴의 청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활동가도 있지만, 이슈메이커 이상의 영향력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여기에 또 하나, 언론이 ‘있다.’

 

사진/뉴스펭귄

 

'믿도록' 하기 위해 뉴스의 이상적인 역할은?

뉴스펭귄은 이번에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인신협)가 주는 ‘2020인터넷신문언론대상’을 수상했다. 멸종의 현장, 멸종을 재촉하는 기후위기의 이슈 만을 집중적으로 발굴, 보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2017년 뉴스펭귄을 창간할 때 우리의 고민은 “뉴스의 홍수에 또 하나를 더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였다. 11월말 현재 전국의 인터넷신문은 약 9500개에 달한다(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등록시스템 참조). 전체 언론사는 약 1만9000개다. 인터넷신문의 40%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조사결과를 인용한다 해도, 실제 정상적으로 기사를 생산하는 인터넷신문이 5700개나 된다. 

이처럼 수많은 인터넷신문 가운데 또 하나라니!

하지만 우리는 ‘일상의 철학자’로 불리는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통찰에서 뉴스 홍수의 시대에 새로운 뉴스매체를 창간하는 근거, 혹은 당위성을 찾았다. 보통은 그의 책, '뉴스의 시대'에서 뉴스에 대한 이상적인 접근을 펼친 바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뉴스의 가장 고귀한 약속은 무지를 줄이고 편견을 극복하게 하여 개인과 국가의 지성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보통은 “우리는 뉴스를 통해 여러 경제지표나 가늠하기 힘든 숫자를 항상 듣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잘 모른다”면서 “현대 방향상실과 무작위성의 시대에 뉴스가 우리의 삶의 방향을 잘 잡아주고 우리 삶에 개별적으로 간섭하여 우리가 미숙함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히 선언하자면, 최초이자 유일한 멸종저항 기후위기저항 전문미디어 뉴스펭귄은 이런 철학적 논거 위에 서 있다. 기후위기가 초래할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직접적인 위협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고 기록해서 기후위기의 피해당사자가 될 ‘우리들’이 부정확한 인식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부정확한 인식에서 나온 ‘우리들’과 함께 기후위기, 기후비상사태의 사이렌을 울려서 또 다른 ‘우리들이’ 위협을 느끼도록 만들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역할이다. 

결국 핵심은 다름 아닌 우리가 그 위협을 초래하는 주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믿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들도, 환경팔이 단체들도, 정부도 ‘믿음의 합의’에 이를 때 비로소 기후위기 공습사이렌은 ‘느낌’이 될 것이다. 

'극단적인 날씨도 이제는 그저 그냥 날씨일 뿐'인 익숙함 또는 체념이 되지 않도록, 뉴스펭귄은 전문 미디어로서 책임과 역할에 추호도 소홀함이 없을 것이다. 인터넷신문언론대상을 수상한 미디어로서, 뉴스펭귄은 그 미션을 다시 새긴다. 

“멸종을 재촉하는 일체의 행위에 저항하는 것.”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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