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하는 아내 찾아 1천 킬로미터 넘게 날아온 두루미 사연

  • 남주원 기자
  • 2020.11.28 08:00
이하 재두루미 부부 수컷 철원이와 암컷 사랑이 (사진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군지회 김수호 사무국장 제공)/뉴스펭귄

1000km가 넘는 거리를 날아 아내를 다시 만나러 온 수컷 재두루미의 순정이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군지회 김수호 사무국장은 지난 26일 재두루미 부부 철원이(수컷)와 사랑이(암컷)의 사연을 뉴스펭귄에 전했다.

김 사무국장은 "철원은 두루미의 고장으로 겨울이면 전세계 15종의 두루미 가운데 7종이 찾아와 월동하는 곳"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그는 "귀한 두루미가 겨울에 찾아와 건강하게 잘 쉬다 다시 북쪽으로 돌아가지만 그렇지 못한 두루미들도 있다"며 "바로 암컷 재두루미 사랑이가 그런 경우"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군지회 김수호 사무국장 제공)/뉴스펭귄

재두루미 부부의 사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랑이는 지난 2005년 날개가 심하게 부러진 채 구조됐다. 이후 2018년에는 다리와 부리에 동상을 입은 철원이가 구조됐다. 이들은 철원 DMZ두루미평화타운 내 두루미쉼터로 옮겨져 지난해 겨울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하지만 무사히 회복을 마친 철원이와 다르게 사랑이는 근육과 인대가 낫지 않아 제대로 날개를 펼칠 수 없게 됐다. 지난 4월 사랑이는 두 차례에 걸쳐 2개의 알을 낳았지만 끝끝내 새끼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후 철원군은 올해 3월 이들 부부를 자연 품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하지만 '함께 가자'라고 말하는 듯한 철원이의 날갯짓에도 사랑이는 날아오르지 못했다. 결국 철원이는 지난 6월 혼자 떠날 수밖에 없었다. 

(사진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군지회 김수호 사무국장 제공)/뉴스펭귄

그런데 그로부터 5개월여만인 지난 12일, 철원이가 중국에서 여름을 나고 다시 아내 사랑이를 만나기 위해 쉼터로 되돌아온 것이다. 철원이 등에 부착한 위치추적장치(GPS)를 확인한 결과, 철원이는 중국에서부터 북한을 거쳐 다시 철원까지 날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 거리는 무려 1000km가 넘었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재두루미는 평생 자신의 짝을 지키며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사무국장은 "철원의 두루미들이 매년 각종 사고로 죽어간다"며 "그중에서도 전깃줄 충돌 또는 철책에 걸려서 사고를 당한다"고 뉴스펭귄에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사랑이도 철책에 걸려 우측날개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해서 다시는 날지도 못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라며 "앞으로 두루미들의 사고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안전한 월동지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철원평야의 전봇대와 전깃줄은 지중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소리높여 말했다.

이어 "재두루미 부부 사랑이와 철원이의 사연을 통해서 철원에 찾아오는 두루미들의 안전한 서식지 조성에 많은 이의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