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일까?' 일본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나 월성원전이나 같다"

  • 임병선 기자
  • 2020.11.26 08:00
2015년 2월 국제원자력기구 관계자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방사성 물질 제거 설비를 살피고 있다 (사진 국제원자력기구)/뉴스펭귄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출이 국제적으로 허용되는 관례라는 입장은 사실일까.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는 지난 20일 한국 언론 설명회에서 "국제 관행상 모든 국가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물은 해양 방출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며 "한국 월성 원전에서도 해양 방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를 주변국 동의 없이 바다에 방류하는 것은 유엔해양법약 등 국제법에 위반된다는 국내 주장에 반박하며 한 말이다. 
 
'한국도 원전 발전에서 나온 물을 해양 방출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두 종류 원전 폐수를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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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전도 바닷물이나 하천수를 원자로를 냉각하는 데 쓰고 해양 방류하지만, 그린피스 독일사무소가 지난달 발간한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는 냉각수가 핵연료와 접촉하지 않는다.

반면 후쿠시마 사고로 발생한 냉각수는 핵연료와 직접 접촉해 물 속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양이 훨씬 다양하고 많은 상태다.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 전경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충분히 정화하고 방류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일본이 오염수 정화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도쿄전력이 오염수 처리 업체로 도시바와 히타치GE 원자력에너지(이하 히타치GE)라는 경험이 없는 자국 기업으로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처리 업체 선정 당시 경쟁하던 다국적 기업 퓨로라이트(Purolite)다 이미 오염수를 해양 방류 가능한 수준으로 처리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일본 정부가 경쟁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고 있는 도쿄전력은 '알프스(ALPS)'라고 불리는 다핵종 제거 설비를 이용해 오염수를 1차 처리한 다음 특수 용기에 보관 중인데, 일본 내에서도 알프스의 처리 능력에 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알프스로 1차 처리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총량 중 70% 이상이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의 방출 기준치를 넘어선다고 보도했다. 같은 설비로 2차 처리했을 때 얼마나 많은 방사성 물질이 제거될지는 미지수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진 국제원자력기구)/뉴스펭귄

만약 일본 정부가 약속한 대로 방사성 물질을 처리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알프스로 처리 불가능한 삼중수소와 탄소-14라는 방사성 물질 때문이다.

삼중수소는 자연 상태에서도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이다. 삼중수소는 인체 조직을 투과하는 능력이 약해 외부 피폭 우려는 적지만 호흡, 섭취 등을 통해 신체에 유입됐을 때 유기결합삼중수소라는 물질로 전환돼 내부 피폭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의 경우 허용치보다 낮아질 만큼 오염수를 물에 희석해 해양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가동 중인 원전의 경우 삼중수소 제거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사용이 끝난 냉각수는 삼중수소를 최소화한 뒤 해양 방출한다.

그린피스는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면 한반도 인근 바다 삼중수소 농도가 높아져 시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내 삼중수소가 바다에 방류돼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과학 전문지 헬로디디와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약 3g 정도로 매년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삼중수소 216g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양"이라며 일본 계획에 따르면 처리수를 5년~10년에 나눠 태평양 바다로 방류할 계획이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알프스로 처리되지 않는 물질 중 하나인 탄소-14는 해양 방류 시 그대로 바다에 버려지게 된다. 탄소-14는 방사성 물질이며 생물체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지만, 위험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13년 4월 국제원자력기구 전문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파견됐다 (사진 국제원자력기구)/뉴스펭귄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계획에 투명성이 부족하며,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처리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그린피스는 일본이 뒤늦게서야 알프스 1차 처리 실패를 발표했고, 삼중수소 제거 기술 개발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저장이라는 그나마 안전한 방법이 있는데도 일본 정부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양 방류를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일본이 배출 기준치를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피폭량을 가능한 수준까지 최대한 줄이라는 국제 원자력계의 '알라라(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원칙에 따라 배출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더 낮출 방법을 고민하고, 주변국에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난 24일 연합뉴스에 일본의 오염수 방출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Rafael Mariano Grossi)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2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현장에 방문해 “오염수 해양 방류는 세계 원전에서 비상사태뿐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하는 것”이라고 해양 방류를 옹호하는 의견을 냈다. 이번 주한일본대사관 기자 설명회에서도 일본 관계자가 해당 발언을 언급한 만큼, 해양 방류를 고집하는 일본의 태도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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