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꽃꽃 보일라' 사람 눈에 덜 띄는 방법 터득한 약초

  • 임병선 기자
  • 2020.11.23 15:33
다른 색을 가진 사사패모 (사진 Spot the plant 웹사이트 캡처)/뉴스펭귄

중국에서 약초로 쓰이는 식물이 인간에 의해 위장색을 가지게 됐다고 주장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류는 다른 생물에 비해 비교적 짧은 300만 년(오스트랄로피테쿠스 기준) 정도 생존한 종이다. 이처럼 짧은 역사는 다른 생물종 진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인간이 다른 생물종이 진화하도록 '압력'을 작용했다는 사례가 발견돼 주목받고 있다. 중국 산간지역에 사는 식물이 인간이 인식하기 어려운 색깔로 진화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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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tillaria delavayi

중국 쿤밍 식물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상업적 수확이 고산식물이 위장색을 진화하도록 몰아갔다'는 제목의 논문을 생물학 학술지 커런트바이올러지(Current Biology)에 게재했다.

한 생물종 중 생존에 유리한 조건을 가진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으면서 종 전반 특징이 변하는 현상을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고 한다.

사사패모(학명 Fritillaria delavayi)는 중국 남서부에 위치한 헝돤산맥(横断山脉)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5년 정도 성장하고 6월 중 꽃을 피우는데, 뿌리가 중국에서 고급 약초로 활용된다. 중국에서 1kg 당 3200위안(한화 약 54만 원) 정도에 거래된다.

연구진은 산맥 여러 지역에서 사사패모가 색깔이 서로 다른 여러 개체군으로 나뉘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포식자 눈에 덜 띄는 색깔 일명 '위장색'을 가지게 진화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Yang Niu, Martin Stevens, Hang Sun)/뉴스펭귄

연구진이 사사패모가 자라는 산맥 여러 지역에서 정보를 수집했지만 이 풀을 주먹이로 삼는 초식동물은 없었다. 이들은 헝돤산맥에서 사사패모 생태를 조사한 결과, 인간 손이 많이 닿는 특정 구역에 자란 사사패모는 해당 지역 토양과 비슷한 색깔로 자란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인간이 사사패모 위장색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가설을 염두에 두고 온라인으로 '사사패모 찾기'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험을 진행했다. '사사패모 찾기' 프로그램은 사사패모가 산에 피었을 때 사진을 본 피험자가 식물이 어떤 색깔인 경우 잘 발견하는지 관찰할 수 있게 고안됐다. 

사사패모 찾기 프로그램 (사진 Spot the plant 웹사이트 캡처)/뉴스펭귄

실험 수행 결과 사람은 초록색 꽃, 잎을 가진 개체군을 훨씬 빨리 찾았다. 반대로 색깔 구분을 잘 못하는 야크의 시야를 재현한 경우 사사패모 개체군이 서로 색이 달라도 찾는 시간은 비슷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지난 2000년 간 이 식물이 인간에 의해 자연선택 압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후에도 식물이 인간의 영향을 받아 사람 눈에 띄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진은 “우리가 연구해 온 다른 위장 식물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사사패모의 위장색이 이를 먹는 초식동물에 의해 발달한 것으로 추측했지만 결론적으로 인간만이 이 식물을 위협하는 포식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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