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품점 공개 지지, 부정투표 시도' 과열 양상 펼쳐진 '올해의 새' 우승자는?

  • 임병선 기자
  • 2020.11.18 08:00
(사진 Kimberley Collins - flickr)/뉴스펭귄

치열한 선거와 부정투표 논란 끝에 '올해의 뉴질랜드 새'에 카카포(kākāpo)가 당선됐다.

16일(이하 현지시간), 뉴질랜드 환경단체 포레스트앤드버드(Forest & Bird)는 '올해의 뉴질랜드 새'에 카카포(학명 Strigops habroptilus)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당선조(鳥)'인 카카포는 날개가 퇴화해 날지 못하며 땅을 빠르게 뛰어다니는 앵무새다. 뉴질랜드 일부 섬에만 사는 카카포의 초록색 털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위장 수단이라고 알려졌다. 현재 213마리만 남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종으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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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ike Bodie/Department of Conservation)/뉴스펭귄

카카포가 당선되기까지 선거에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먼저 부정선거 시도가 있었다.

지난 10일 주최측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투표자가 후보 중 '키위 푸쿠푸쿠'에게 부정한 방법으로 1500표 가량을 중복 투표한 정황을 발견해 해당 표를 무효로 처리했다. 

선거위원회 대변인 로라 쿈(Laura Keown)은 "경쟁에서 이기려면 다른 모든 새들처럼 규칙을 따라야 한다"며 "키위 푸쿠푸쿠가 정말 마음에 든다면 '올해의 새' 행사에서 공식으로 선거 캠페인을 펼치라"고 말했다.

해당 단체에서 키위 푸쿠푸쿠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엠마 로슨(Emma Rawson)은 "부정선거는 키위의 방식이 아니다"라며 범인을 비판했다.

연구 목적으로 잠시 포획된 카카포
(사진 Kimberley Collins - flickr)/뉴스펭귄

부정투표가 일단락되고 카카포가 당선되기까지 경선도 치열했다.

카카포는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또 다른 조류 '앨버트로스'와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쳤다. 투표가 끝난 뒤 검표 과정에서 총득표수는 앨버트로스가 앞섰으나, 카카포가 최종 가점을 많이 얻어 '뉴질랜드 올해의 새' 자리에 올랐다. 이 선거가 일반적인 투표와는 다른 방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번 투표는 지난 2일 오전 9시부터 15일 자정까지 진행됐고 카카포와 앨버트로스, 키위 푸쿠푸쿠, 하이하이, 뉴질랜드물떼새 등 여러 멸종위기종 조류가 후보로 올랐다.

투표자는 후보 중 5종을 뽑고 1위부터 5위까지 선호도 순위를 매긴다. 후보는 높은 선호도에 따라 가점을 얻는 방식으로 선거가 진행됐다. 

(사진 Kimberley Collins - flickr)/뉴스펭귄

이번 선거에서 뉴질랜드의 성인용품 체인점인 어덜트 토이 메가스토어(Adult Toy Megastore)가 특정 후보를 지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하이하이를 지지하겠다는 성명을 내고 "하이하이는 폴리아모리(여러 명의 연인을 허용하는 연애관)이며 얼굴을 마주 보고 짝짓기 하는 세계 유일한 새"라고 말했다. 하이하이가 폴리아모리라는 주장은 조류학계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이하이 (사진 Buffy May - flickr)/뉴스펭귄

올해로 15회를 맞은 '올해의 뉴질랜드 새' 선거는 약 80%가 멸종위기종인 뉴질랜드 조류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재고하기 위한 행사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나라 뉴질랜드에는 카카포를 비롯해 독특한 생태를 가진 새가 여러 종 서식하지만 최근 개발, 기후변화, 사람이 섬에 들여놓은 포식자 등에 의해 멸종위기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주최 측 설명에 따르면 카카포는 1990년대 50여 마리만 남아 멸종 직전에 처했지만, 현재는 보호 노력을 통해 개체수가 비교적 늘어난 상태다. 

한편, 카카포는 풍성한 깃털로 인해 동글동글한 외모를 가져 사람들은 '뚱뚱이(Chubby)', 혹은 녹색 깃털과 뛰어다닌다는 점을 특징으로 삼아 '이끼 낀 닭(Moss Chicken)'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사진 Chris Birmingham/Department of Conservation)/뉴스펭귄
(사진 Josie Beruldsen/Department of Conservation)/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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