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남극 녹으면 한반도 더워진다"

  • 임병선 기자
  • 2020.11.16 17:56
남극 빙하 (사진 International Thwaites Glacier Collaboration)/뉴스펭귄

남극 빙하가 녹았을 때 동아시아가 유난히 더워진다는 극지연구소의 분석이 나왔다.

16일, 극지연구소는 남극에서 녹아내린 빙하가 동아시아를 데우는 작용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빙하가 녹은 물은 남극바다 표면의 수온을 낮추고 해빙의 형성을 도와 일정기간 지구의 온난화를 늦추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았더라도, 녹은 물이 해수보다는 차갑기 때문에 남극 주변 해빙 형성에는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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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빙하가 녹은 물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오히려 기온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22~71년 뒤 평균 남극 해빙 영역(좌)과 지구의 온도변화 분포(우) 모식도. 웨델해 해빙 증가(왼쪽 그림 빨간색 영역)와 동아시아 온도 상승(오른쪽 그림 파란색 영역)이 두드러짐 (극지연구소 제공)/뉴스펭귄

극지연구소와 포스텍 국종성 교수 연구팀, 독일 GEOMAR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남극 빙하에서 녹은 물이 1만 7000 km 이상 떨어진 동아시아의 온도를 0.2도 이상 끌어올린다고 예측했다. 연구팀은 해당 내용을 담은 논문을 미국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11월 10일(현지시간) 게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와 같은 동아시아 온난화 현상은 남극 빙하가 녹은 물이 유입된 후 22년에서 71년까지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같은 기간 지구 평균 온도는 0.2도 넘게 감소해 동아시아의 상대적인 지역 온난화가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남극 빙하가 녹은 물이 바다로 유입될 때 향후 200년간 일어나는 변화를 키엘기후모델 (Kiel Climte Model)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남극 바다얼음 (해빙) 영역과 전 지구 평균 온도, 동아시아 지역 온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2-71년 뒤 (연두색 상자 구간) 동아시아 지역의 온난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사진 극지연구소 제공)/뉴스펭귄

연구팀이 분석한 동아시아 온난화 가속 원인은 남극 빙하가 녹은 물로 인해 따듯한 공기를 많이 포함한 대기층이 동아시아 쪽으로 북상했기 때문이다.

남극이 녹아 차가운 물이 바다로 유입되자 남극 해빙이 늘었다.

해빙은 밝은 색이라 어두운 색인 바다와 다르게 태양빛을 지구 밖으로 반사한다. 해빙이 늘어나면서 지구가 반사하는 태양빛의 양이 늘었고, 남반구의 온도는 낮아졌다.

이렇게 형성된 남반구의 차가워진 대기층이 따듯한 공기를 다량 포함한 적도 인근 열대수렴대를 북쪽으로 밀어 올리면서 동아시아에 접한 북태평양 서쪽의 고기압이 강해졌다. 이에 따라 따듯한 공기층은 동아시아로 흘러들어가고 온난화가 가속됐다. 

열대수렴대는 원래는 남반구와 북반구가 만나는 적도 부근에 있지만, 계절에 따라 남북으로 이동한다. 

남극이 녹아 동아시아·한반도가 더워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담은 모식도 (사진 극지연구소 제공)/뉴스펭귄
남극이 녹아 동아시아·한반도가 더워지는 메커니즘 3차원 모식도 (사진 극지연구소 제공)/뉴스펭귄

극지연구소는 "남극의 빙하는 지난 10년 동안 연 평균 1550억t가량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수면을 높이고 있지만, 북반구 기후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비교적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연구과제인 '서남극 스웨이츠 빙하 돌발붕괴의 기작규명 및 해수면 상승 영향 연구' 일환으로 수행됐다.

남극이 녹아 동아시아·한반도가 더워지는 메커니즘 2차원 모식도 (사진 극지연구소 제공)/뉴스펭귄

진경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남극과 동아시아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열대 지역을 매개체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남극이 녹으면서 나타날 지구와 한반도의 미래 모습을 정교한 시나리오로 찾아내, 기후변화 대응에 활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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