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동물 중 유일하게 흰 피’ 남극빙어, 차가운 남극바다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 채석원 기자
  • 2019.02.26 08:44

한국 연구진, 남극빙어 게놈 분석 완성해
차가운 바다에서 남극빙어 생존 전략 규명한 셈

척추동물 중 유일하게 피가 흰색인 남극빙어의 유전자를 한국 연구진이 분석했다 (사진 극지연구소 제공)/뉴스펭귄

남극빙어(Icefish)는 척추동물 중 유일하게 피가 흰색이다. 헤모글로빈이 없기 때문이다. 진화 초기엔 있었다. 남극빙어의 조상 격인 물고기에 헤모글로빈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있는 유전자 서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남극빙어의 피에선 어쩌다 헤모글로빈이 사라진 걸까. 그리고 남극빙어는 어떻게 차가운 남극 바다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해양수산부 산하 극지연구소가 남극빙어(Icefish)의 게놈 분석을 완성했다. 극지연구소는 남극빙어에서 3만773개의 유전자를 확인해 차가운 바다에서 남극빙어가 생존한 전략을 찾았다고 밝혔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남극 바다엔 산소가 많은 까닭에 남극빙어는 헤모글로빈이 사라지는 형태로 진화했다. 남극에 사는 물고기는 세포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의 밀도가 높기 때문에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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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구소는 남극빙어의 게놈을 분석해 체내를 손상할 수 있는 활성산소를 저해하는 유전자 NQO가 33개로 증가했다는 점, 다른 활성산소 억제 유전자인 SOD3(Superoxide dismutase 3)가 남극 물고기 중 유일하게 남극빙어에서만 3배 늘었다는 점, 치어 때부터 극저온의 바다를 견뎌낼 수 있는 유전자 Zona pellucida gene가 일반 어류보다 4배 이상 많다는 점 등을 밝혔다. 아울러 남극 어류의 가장 큰 특징인 결빙방지단백질(Antifreeze glyco protein, AFGP)의 유전적 기원도 밝혔다. 차가운 바다에서 남극빙어가 생존할 수 있었던 전략을 규명한 셈이다.

빙어(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남극 바다에 서식하는 122종의 어종은 약 8000만년 전 큰가시고기에서 분리돼 진화했으며, 남극빙어의 경우 가장 최근인 700만년 전에 분화했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의 출연금으로 추진 중인 ‘극지 유전체 101 프로젝트’와 지구상 모든 고등생물의 게놈 분석을 목표로 시작된 ‘국제 컨소시엄 지구바이오게놈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과학저널 ‘네이처 이콜로지 앤드 이볼루션(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됐다.

극지연구소 측은 이번에 확인한 남극빙어의 유전자 정보가 혈액질환과 저온치료 같은 의학적 연구, 겨울철 한파로 인한 양식 어류의 폐사 예방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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