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화됐던 다리가 다시?' 기후 때문에 쪼꼬미 다리 진화한 도마뱀

  • 임병선 기자
  • 2020.11.15 08:00
학명 '브래키멜레스 불렌게리(Brachymeles boulengeri)'의 '쪼꼬미다리'. 다른 종에 비해 정교한 편이다 (사진 Philip Bergmann)/뉴스펭귄

다리가 퇴화했던 도마뱀들에게 다시 다리가 진화한 이유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필리핀에 사는 일부 도마뱀들은 일반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도마뱀과 구별되는 모습을 가졌다. 이 도마뱀들은 뱀처럼 길쭉한 몸에 자그마한 다리가 달렸거나, 아예 다리가 없이 뱀처럼 기어 다니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브래키멜레스속(Brachymeles) 도마뱀이다. 영어권에서 '스킹크(Skink)라고 한다. 브래키멜레스속 도마뱀 총 41종 중 절반 정도는 다리가 있지만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할 만큼 매우 조그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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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rown R, Siler C, Oliveros C, Welton L, Rock A, Swab J, Van Weerd M, van Beijnen J, Rodriguez D, Jose E, Diesmos A)/뉴스펭귄
다리가 아예 없는 학명 '브래키멜레스 미리아마에(Brachymeles miriamae)' (사진 ian_dugdale - iNaturalist)/뉴스펭귄
학명 '브래키멜레스 비콜란디아(Brachymeles bicolandia)'. 다른 종에 비해 더 뱀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며 발가락 갯수가 적고 비교적 작은 다리를 가졌다 (사진 Philip Bergmann)/뉴스펭귄

브래키멜레스속 도마뱀의 다리가 기후변화의 증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클라크대(Clark University) 생물학자 필립 베르그만(Philip Bergmann) 등 연구진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생물학 학술지 '프로시딩즈 오브 로열 소사이어티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과거 기후변화로 다리가 퇴화했던 브래키멜레스속 도마뱀이 기후가 습하게 한 번 더 변하자 다리를 다시 진화시켰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은 브래키멜레스속 도마뱀은 과거 6000만 년 전 서식지의 토양이 건조해지자 효율적인 이동을 위해 다리가 퇴화했고, 일부 브래키멜레스속 도마뱀들은 약 4000만 년 후 기후가 습해지자 다시 다리가 진화한 경우라 설명했다. 

연구진은 브래키멜레스속 도마뱀이 서식하는 지역의 기후가 건조하거나 습하게 변한 시기와 다리가 퇴화하거나 다시 진화한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에 착수했다. 이들은 도마뱀 13종 147 개체를 포획해 도마뱀 다리 유무가 습도가 다른 환경에서 이동속도나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사진 Brown R, Siler C, Oliveros C, Welton L, Rock A, Swab J, Van Weerd M, van Beijnen J, Rodriguez D, Jose E, Diesmos A)/뉴스펭귄

이들은 일명 '도마뱀 경주장'을 제작해 각 도마뱀들이 움직이는 속도를 여러 환경 별로 측정하고 생태를 살폈다. 관찰 결과 습한 환경에서는 다리가 있는 도마뱀이 다리가 없는 도마뱀에 비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브래키멜레스속 도마뱀의 다리 유무는 기후변화에 적응한 산물이라고 결론 내렸다.

한편, 브래키멜리스속 도마뱀 일종인 세부브래키멜레스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 직전 단계인 위급(CR, Critically Edangered)종으로 분류됐다. 또 런던동물학회(ZSL)가 선정한 보호가 시급한 종 목록인 '에지 오브 이그지스턴스(Edge of Existence)'에 속해 있다. 멸종 위협 요인은 벌목, 작물 재배를 위한 서식지 파괴 등이다.

앞서 자세히 본 '쪼꼬미다리'의 주인. 비교적 도마뱀 모습과 가까운 '브래키멜레스 불렌게리(Brachymeles boulengeri)' (사진 Philip Bergmann)/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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