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바이든과 멸종의 미래
[발행인 칼럼] 바이든과 멸종의 미래
  • 김기정/ 발행인 겸 편집인
  • 승인 2020.11.1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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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t Out of Heaven" (사진 Hashem Shakeri, Leica Oskar Barnack Award Winner)/뉴스펭귄
"Cast Out of Heaven" (사진 Hashem Shakeri, Leica Oskar Barnack Award Winner)/뉴스펭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게 ‘팩트’

“상황은 심각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여전히 심각하며, 어느 날 갑자기 심각하지 않게 바뀔 가능성도 없다. 이것이 팩트(fact)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즐겨 쓰는 표현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바이든이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심각한 상황이 일시에 역전 또는 상당히 해소되기라도 하는 양, 분위기가 희색 일색이다. 환경분야 얘기다. 

국내외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미국의 파리기후협약(Paris Agreements) 재가입은 이제 정해져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무탈하게’ 취임한다는 전제 아래, 70여일 뒤에는. 아마 바이든 행정부의 첫 국제협약 가입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더해질 지도 모른다. 비록 재가입일지언정. 당선 직후 바이든이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를 공언했으므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체제는 파리기후협약을 중심으로 ‘정상’ 가동될 공산이 커졌다. 바이든은 파리기후협약의 채택(2015년), 발효(2016년)를 주도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부통령이었다. 그가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을 공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환경분야에서 바이든에 거는 일반의 기대는, 그러나 단순히 기후변화 대응에 머물러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의 환경공약은 크게 세 가지. 기후위기 대응, 청정에너지 확대, 환경정의 구현 등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넷 제로(Net zero)’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넷 제로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하겠다는 의미다. 배출하는 양만큼을 다른 어디에선가 줄여서 더하고 뻬면 0이 되는 방식이다. 이른바 탄소중립.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보면, 화석연료(석유·가스) 운영시설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대신 바이오연료 상용화에 박차를 가한다,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고 이에 맞춰 전기차 충전소 50만군데를 설치한다, 청정대기법의 이행을 강화한다, 청정에너지를 2050년까지 2배 이상 늘린다 등이 골자다.

이행의 수단은, 돈이다. 우선은 10년간 1조7천억달러, 우리 돈 1900조원을 투자해서 온실가스 넷 제로, 청정에너지 확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청정에너지 연구개발비로 자신의 재임기간(우선 4년)에 4천억달러, 약 45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생각이다. 막대한 예산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넷 제로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늘려야 하고, 인프라 확충에 일자리가 생기니 거기에도 2조달러, 우리 돈 2243조원을 쏟아붓겠다고 한다. 

언론은 이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이른바 ‘주요 언론’들은. 곧바로 국내 산업 중 수혜를 받을 분야가 어디인지, 어떤 기회가 찾아올 것인지를 짚어내느라 야단법석이다. 서로 베끼고 베껴서 그 밥에 그 나물인 기사의 홍수. 현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분석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런 류의 기사에 빠지지 않는다. 기대인지 희망사항인지 구분조차 안되는 분석(?)이지만.

2015파리기후협약 로고/뉴스펭귄
2015파리기후협약 로고/뉴스펭귄

바이든은 기후위기에서 우리를 건질 ‘메시아’가 아니다

방점은 기후위기에 찍혀야 한다. 밑줄은, 청정에너지 확대를 위한 인프라확충이 필연적으로 야기할 환경위해에 굵게 쳐져야 한다. 넷 제로 셈법이 맞는 것인지 계산기가 돌아가야 한다.

바이든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관련해서 관심은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에 쏠려 있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금부터 5년 전에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195개 당사국(협약으로 묶여진 나라)들이 모여서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C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C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유엔차원의 약속이다. 구속력 또한 그만큼 강하다. 모든 국가가 스스로 결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5년 단위로 제출하고, 2023년부터는 5년 단위로 파리기후협약 이행 및 장기목표 달성 가능성을 점검 받아야 한다. 

미국의 현 대통령인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을 헌신짝처럼 차버렸다. 협약 발효 7개월여만인 2017년 6월에 탈퇴를 선언했고, 2019년 11월4일 탈퇴 절차를 밟아 정확하게 1년 뒤인 지난 4일자로 미국은 더이상 파리기후협약 당사국이 아니다. 협약 서명국 가운데 탈퇴한 나라는 미국이 유일.

미국의 재가입이 현실화되면 향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공조체제가 보다 견고해질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바이든으로 기후위기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트럼프 때에 비해 개선될 것임은 분명하지만, 바이든이 결코 산타 클로스는 아니다. 메시아는 더더구나. 

그 이유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로서는 어쨌든 트럼프가 지난 4년간 일궈 놓은 경제성과를 최소 같은 수준으로는 유지해야 한다. 경제성과는 산업활동의 결과물인데, 산업활동을 보다 활발하게 촉진하려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산업계는 늘 주장한다. 환경규제 강화는 산업계로서는 걸림돌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생산활동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주장한대로 산업 일자리 600만개가 사라지는 일이다! 트럼프때보다 못하다는 불평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텐데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이를 잠재울 수 있을까.

또한 미국은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말고도 이미 전력이 있다.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 불참이 그것.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수량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대단한 구속력을 갖는 국제협약이다. 하지만 2001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비준을 거부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교토의정서 거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우방국과 같이 노력하겠지만, 우리의 경제에 위협이 되고 미국의 노동자들을 해치는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은 끝내 이 전철 위에 서지 않을 수도 있다. 파리기후협약을 주도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지금은’ 실려 있다. 끝까지 그럴까? 미국 이외 협약 당사국 대통령들도 모두 그렇게 굳건한 의지가 있을까? 기후위기 대응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그 돈은 대부분 산업체에서 나오는데, 탄소배출 산업을 억누르면서 그들로부터 세금을 왕창 충당하는 일이 수월할까? 

트럼프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면서 내놓은 계산에 따르면 미국이 2024년까지 26~28%를 감축하기로 한 목표를 지키려면 3조달러, 3330조원의 생산활동을 줄여야 한다. 교토의정서 불참국 가운데 하나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존 하워드 총리가 당시 비준거부의 이유로 한 말. “경제성장을 희생하면서까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호주 대신 다른 나라로 이름을 바꾸면? 호주 대신 대한민국이면? 그 유혹을, 임기가 정해져 있고 정권을 물려줘야 할 집권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외면할 수 있을까?

2050거주불능지구 표지/뉴스펭귄
2050거주불능지구 표지/뉴스펭귄

‘소용없는 협약, 공허한 말잔치, 감춰진 미래’

하지만, 각국이 집권자들의 셈법에만 골몰해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이기에는, 

“상황은 심각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미국 뉴욕매거진의 칼럼니스트이자 미국의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의 연구원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David Wllace-Wells)가 그의 책 <2050 거주불능지구(The Uninhabitable Earth)>의 첫 머리에 쓴 말이다. 웰즈는 기후변화의 진행속도가 더디다는 주장은 판타지 동화 수준의 착각이라고 지적한다. 어쩌면 기후변화가 아예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주장만큼이나 위험한 착각이라는 것이다. (지금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의 주장) 

웰즈가 이 책에서 지적한 내용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지구에서 발생한 다섯 차례의 대멸종 가운데 맨 마지막인 1억3500만년전 대멸종을 제외하면 모두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다. 2억5000만년전 대멸종의 경우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온도를 5도C 증가시키면서 시작돼 온실가스인 메탄이 방출되면서 온난화가 가속화됐고, 결국 일부 종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가 죽음에 이르고 나서야 종결됐다. 그런데 지금의 지구온난화 속도는 2억5000만년전 대멸종때보다 적어도 10배는 빠른 속도라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파리기후협약에서 기준점으로 삼은 ‘산업화’ 이전의 인류역사와 비교하면 최소한 100배는 더 빨라졌다. 

미국의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가 기후문제를 다루는 책을 처음 출간한 이후의 피해가 지난 수백 수천년 동안의 피해 만큼이나 막대하다고 웰즈는 지적한다. 그의 통찰은 이 대목에서 빛난다. 1992년 유엔에서는 기후변화협약(UNFCCC)을 체결함으로써 기후문제에 대한 과학적 합의를 세계적으로 공표한 바 있지만, (그 이후 시간을 질질 끌며 미적미적 하는 바람에) “결국 우리는 기후변화 문제를 인지하고 나서도 문제를 몰랐을 때만큼이나 지구를 파괴해 온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2도C의 기온상승이 최악의 시나리오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몇 해가 지나서 협약의 요구조건을 제대로 이행하는 산업국가가 하나도 없다는 점에 비춰볼 때,이제는 2도C 상승으로 막는다면 최상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2도C 상승을 넘어선다면 끔찍한 미래가 엄연히 존재한다. 이 또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웰즈는 이 책에서 파리기후협약을 이렇게 비판했다. 물론 바이든이 당선되기 전이다. "소용없는 협약, 공허한 말잔치, 감춰진 미래"

'인간이후' 표지/뉴스펭귄
'인간이후' 표지/뉴스펭귄

여섯번째 대멸종의 전조는 ‘곧’ 발생한다

기후변화의 현재와 미래는 이처럼 불길하다. 바이든이 무사히 백악관에 입성해서 자국의 파리기후협약 요구조건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다른 당사국들의 이행을 압박하는 일이 현재로서는 ‘최소한’이며 최선이다. 협약 당사국들이 각국의 이익에 눈을 돌려 존 하워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 같은 길을 슬금슬금 엿보는 순간, 2도C 상승은 깨지고 우리는 곧 절벽 끝에 선다.

미국의 과학전문저술가인 마이클 테너슨(Michael Tennesen)은 저서, <인간이후(The Next Species)>에서 “인류의 자멸을 막으려면 행동 교정 이상의 그 무엇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이 허기를 잘 견뎌내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치명적인 변곡점에 도달하지 않으려면, 즉 자연이 우리를 위해 선택할 파국을 피하려면, 번식을 억제하고, 성장을 포기하고, 천연자원 이용을 제한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대멸종과 관련해 그동안의 수많은 연구결과가 드러내는 하나는 단 한가지 원인으로 인류가 멸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페름기 대멸종이나 백악기 대멸종에서 보여지듯,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지만, 지구온난화라는 고상한 표현의 기후위기가 '결정타'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지금 지난 수천만 년 동안 지구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지구의 온도를 올리는 짓을 하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곧 인간이 통제하지 못할 지경에 이를 것이고, 결국은 여섯번째 대멸종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될 것이다.

도대체 ‘곧’이라니, 얼마쯤 뒤일까?

<인간이후>에서 테네슨은 스탠퍼드대학교 생물학과 롭 잭슨 교수의 말이라며 이렇게 소개했다.

“기후변화, 해양산성화 등의 결합으로 인해 긴박하고 심각한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일들은 50~100년 안에 지구의 표면을 완전히 변형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무렵이면, 이미 손쓸 여지가 없이 아주 빠르게 결과가 나타나고 있을 것이다.”

‘곧’은 빠르면 50년, 늦어도 100년이다.

멸종위기종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