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붙은 표본만 남은 '이 물고기', 친구들 멸종을 시사하다

  • 임병선 기자
  • 2020.11.10 08:00

붉은핸드피시, IUCN 적색목록에 위급종으로 분류된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사진 Institute for Marine and Antarctic Studies)/뉴스펭귄

앙증맞은 팔, 위로 바짝 세운 헤어스타일을 연상시키는 머리 지느러미를 가진 사진 속 물고기들은 핸드피시(Handfish)과 어류다. 이름에도 등장하듯 일명 '손(Hand)'을 이용해 호주 남동부 바닷속 산호 위에서 생활한다. 

점박이핸드피시, IUCN 적색목록에 위급종으로 분류됐다 (사진 Kenneth Lu - flickr)/뉴스펭귄

이들에게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핸드피시과 중 1종이 멸종했다고 밝혀졌으며, 남은 종 대부분이 곧 멸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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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은 핸드피시에 속하는 스무스핸드피시(Smooth Handfish)가 멸종했다고 지난 7월 공표했다. 이로써 핸드피시과 어류는 기존 14종에서 13종으로 조정됐다.

스무스핸드피시의 멸종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멸종 사실이 밝혀진 최초의 경골어류기 때문이다. 경골어류는 일반적으로 '물고기'라는 명칭이 붙는 단단한 뼈를 가진 어류로 상어, 가오리 같은 연골어류와 구분된다. 

현재 스무스핸드피시의 모습은 1802년 프랑스 자연학자 프랑수아 페롱(François Péron)이 수집해 보관한 표본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페론이 이 물고기를 건져 올릴 당시만 하더라도 스무스핸드피시는 그물로 쉽게 끌어올릴 수 있는 흔한 어류였다고 알려졌다.

스무스핸드피시 표본 (사진 CSIRO)/뉴스펭귄

IUCN은 과거 이 곳 자연환경을 휩쓴 대규모 가리비 어업 때문에 서식지가 파괴돼 스무스핸드피시가 멸종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멸종 원인으로는 해안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가 꼽혔다. 스무스핸드피시가 서식하던 호주 태즈메이니아 남동부 해안은 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 개발 등으로 급격한 생태계 파괴에 시달리는 곳이다. 

이들 단체는 스무스핸드피시의 실제 멸종은 수십 년 전에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양 생물 특성상 개체수 조사가 어려워 뒤늦게 멸종 선언이 이뤄졌을 뿐, 스무스핸드피시는 우리가 모르는 새 한참 전 멸종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진 CSIRO)/뉴스펭귄

스무스핸드피시가 멸종 판정을 받은 뒤, 남은 핸드피시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스무스핸드피시와 비슷한 생태 특성을 공유하며 호주 남동부 해안 산호에 의존해 서식하는데, 이 곳의 생태계 파괴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핸드피시과 어류의 삶의 터전인 호주 동남부 해안의 해수 온도는 전 세계 평균에 비해 4배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이로 인해 바닷 속 생태계를 지탱하는 산호, 패각류가 죽어가고 있다. 

위협은 실제 현상으로 나타나 핸드피시과 어류의 생존이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현재 핸드피시과 13종 중 3종이 IUCN 적색목록에 멸종 직전인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종으로 분류됐고, 3종은 위급종 다음으로 위협이 큰 단계인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분류됐다. 나머지는 멸종 위협이 미처 파악되지 않은 5종과 비교적 개체수가 안정적인 호주핸드피시(Australian Handfish)다.

해양보전단체 오셔나(Oceana)의 수석 과학자 캐트린 매튜(Kathryn Matthews)는 앞서 스무스핸드피시 멸종 소식을 접하고 "남아있는 핸드피시도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며 "현명한 조치를 취하면 이런 위협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스무스핸드피시의 멸종은 바닷물고기의 멸종이 시작됐음을 인간이 알게 했다. 스무스핸드피시가 첫 연골어류 멸종 사례라고 알려졌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어류가 그 전에 멸종했는지는 인류에게 미지의 영역이다.

(사진 CSIRO)/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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