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개구리 사냥하는 '곤충'!...이래서 '갓 물장군'

  • 이강운 객원기자/곤충학자
  • 2020.11.06 08:00

적갈색의 오톨도톨한 피부, 엄청나게 잘 발달 된 물갈퀴와 유난히 툭 튀어나온 갈색 홍채의 눈과 웅~웅 하는 커다란 울음소리가 황소개구리의 특징이다.

무엇보다도 크기가 압권이어서 '황소'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었다. 황소의 ‘황’은 사실 누렇다는 게 아니라 크다는 뜻의 ‘한’에서 유래되어 황으로 바뀐, 진짜 크다는 의미다. 따라서 큰 몸집을 가진 개구리가 바로 황소개구리다. 

미국에서도 정말 거대하다는 용어를 붙여 'American bullfrog'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보통 30cm 내외에 몸무게 700g 정도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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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유입된 이래 천적이 없고, 먹을 게 충분한 최적의 환경이었던지 크기는 오히려 커진 것 같다. 최근 들어 황소개구리의 크기가 점점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혹시 천적이 생겨나면서 운신의 폭이 줄어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황소개구리와 물장군(사진 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황소개구리의 눈(사진 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정말 천적이 나타난 걸까?"

눈앞에서 직접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어른 가슴에서 배까지 전체 길이 400mm에 이르는 정말 어마어마한 황소개구리를 물장군이 사냥하고 있다.

수서곤충 중 가장 크다 하나 60mm 정도인 물장군에 비하면 황소개구리는 거의 7배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다. 물장군이 아무리 용맹하고, 무시무시한 무기로 장착했다 해도 눈앞에서 자신보다 7배나 더 큰, 집채만 한 황소개구리를 맞서기에는 부담이 큰 듯, 매복하고 있다가 황소개구리의 발 끝 가장 잡기 쉽고 연약한 물갈퀴부터 후방 공격을 시작한다. 

황소개구리(사진 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황소개구리 물갈퀴를 공격하는 물장군(사진 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눈앞에 얼씬거리는 무엇이나 마구잡이로 먹어치우는 강력한 포식자로 천적이 전혀 없을 것 같았던 생태계의 무법자, 기존의 먹이사슬을 엉망으로 흩트려 놓은 침입외래종(Invasive Alien Species: IAS) 황소개구리.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생물들끼리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어 오던 물속 고유생태계를 초토화 시키던 황소개구리가 물장군 앞에서는 당황하며 그저 도망가기 바쁘다. 천하무적처럼 보였지만 크다고 절대적인 것은 아닌가 보다.

황소개구리 허벅지를 공격하는 물장군(사진 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황소개구리도 갑자기 처한 극한 상황에서 빠져나오려 몸부림을 친다. 강력한 근육의 굵은 허벅지를 흔들자 매달려 있던 물장군은 한 번에 내동댕이쳐진다.

한 번 부딪쳐 본 물장군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황소개구리의 물갈퀴를 잡는다. 황소개구리가 뒷다리를 마구 흔들어대지만 이번에는 결코 놓치지 않는다. 물갈퀴를 집중 공략하고 반항이 줄어들자 허벅지까지 차근차근 황소개구리를 정복한다. 황소개구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저항할 힘을 잃어 눈이 풀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죽어간다.

육상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호랑이는 발톱이 있고 곤충 생태계의 최고 센 놈 말벌은 침이 있다면 물속의 지존 물장군에게는 발톱과 침이 있다.  

말벌의 침(사진 이강운 객원기자)/뉴스펭귄

멸종위기종인 물장군이 천하무적이었던 황소개구리를 잡아먹으며 강력한 천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서곤충의 최강, 물장군이 물속에서 호랑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글·사진: 이강운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서울대학교 농학박사/ 곤충방송국 유튜브 HIB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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